松竹일반시

빈 잔

松竹/김철이 2023. 6. 18. 14:05

빈 잔

 

                     松竹 김철이

 

 

채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비우지 못한 탓에

똥물이 넘쳐흐르누나

 

개나 소나 장에 가니

똥지게 지고 괜한 허세 부렸더니

갈 날은 코앞인데

노잣돈 한 푼 없네

 

몇백 년을 살 거라고

밤낮 아옹다옹 살았더니

비 오는 날 빈 지갑 털고 울더라

 

올 때도 빈손으로 왔으니

갈 때도 빈손으로 가라시는

드높은 천명을 위하여

다짐의 빈 잔 들고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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