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 추녀

이혼 후 혼인 유대의 해소 |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님

松竹/김철이 2023. 4. 14. 11:44

이혼 후 혼인 유대의 해소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님

 

 

흔히 교회는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혼만 해도 성사생활을 하지 못한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재혼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혼인장애가 아니므로 성사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사회법으로는 이혼하면 서로 헤어졌다고 보지만 교회 입장에서는 혼인의 유대가 그대로 남아있기에 여전히 유효한 부부입니다. 하지만 이혼한 신자가 재혼을 하면 중혼으로서 혼인장애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교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인 유대를 해소하고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있도록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① 바오로 특전

두 비영세자들이 사회 혼인을 맺은 후 한편만 세례를 받고 세례받지 않은 배우자가 갈라선다면 세례받은 편 당사자의 신앙을 위해 바오로 특전으로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있습니다.(교회법 제1143조 참조) 중요한 것은 혼인을 했을 때 양편 모두 신자가 아니어야 하고 혼인 후, 혹은 이혼 후에 한편만 세례를 받아야 하며 세례 받은 편 당사자가 재혼하려고 할 때, 바오로 특전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양편 모두 세례를 받으면 성사혼의 지위를 얻기 때문에 특전을 적용받지 못합니다.

 

 

이 특전은 바오로 사도가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의 말씀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만일 믿지 않는 쪽에서 헤어지려고 한다면 헤어져도 좋습니다. 이런 경우에 남녀 교우들은 아무런 속박도 받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부르심을 받은 여러분이 평화스럽게 살기를 원하십니다.”(1코린 7,14-15)

 

 

② 혼인무효선고

혼인의 무효선고는 형식의 결여와 형식의 결함이라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형식의 결여는 신자가 교회의 혼인예식 없이 사회혼만 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혼인의 유대가 없어 혼인장애에 놓이게 되며 성사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혼인상태에서 살다가 이혼을 했을 때, 교회 법원이 아닌 본당 사목구 주임 신부는 재판 없이 그 혼인이 무효임을 선고할 수 있고, 무효선고 이후 당사자는 새로운 혼인을 유효하게 맺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식의 결함은 교회의 혼인예식은 하였지만 혼인을 하는 과정과 형식에서 부족하거나 흠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형식의 결함에 대한 판결은 교회 법원에서 이루어집니다.

 

 

③ 혼인무효소송

혼인무효소송은 혼인한 두 사람의 혼인유대가 유효하게 맺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교회의 관할권자 혹은 재판관이 사법적 판결 혹은 행정적 판정으로 선언하는 것입니다. 교회 법원에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하여 혼인의 유대를 무효판결로써 풀고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있습니다. 혼인무효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본당 사목구 주임 신부와 면담을 한 후 사제의 지도를 따르시면 됩니다.

 

 

교회가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9)라는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지키기 위함이지만 결혼을 무효로 할 만한 원인과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혼인의 유대가 유효하지 않았음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이혼 후 재혼하시는 분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고 성사생활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더 화목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배려해 주는 교회 공동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혼인 무효소송의 절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