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공양
김철이
산 아래에 한 사찰이 있었다.
그런데 산에 있는 나무 옹이마다 짓이겨진 두부들이 밤꽃 냄새를 풍기면서 박혀 있었다.
그 절의 신도들이 이걸 보고 사찰에 탄원을 넣기 시작했다.
분명 신도들은 공양을 위해 두부를 바쳤는데
정작 공양한 두부로 스님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갔기 때문이었다.
결국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한 승려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게 되었다.
신도 1: “스님이 매일 새벽마다 두부를 가지고 산에 오르신다고 하는데 어찌 된 것입니까?”
승려 : “산속에 미륵을 모시는 작은 석굴이 있는데 거기에 공양을 드리러 간 것입니다.”
신도 2: “석굴이 아니라 나무 옹이는 아니고요?”
승려: “나무 옹이라뇨? 대체 왜 그런 데다가…”
신도 3: “그게 저희도 궁금합니다. 그냥 집어넣으면 그러려니 하는데, 짓이겨 저 있는 데다가 이상한 냄새가 났다 합니다. 두부 딸을 하신 게 아니신지요?”
승려 :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불가에 귀의한 제가 그런 음행을 하다니요?”
신도 4: “그런데 두부를 들고 다닌 분이 스님이라 하니 해명 좀 부탁드립니다.”
승려: “허허허,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더욱이 나무 옹이에다 두부를 집어넣고 음행을 해봤자 잘 부서지고 두부 조각이 산만하게 흐트러져서 별로 기분이 안 좋습니다.”
신도 4: “아니 그걸 어찌 그리도 잘 아십니까?”
승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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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 절에서 그 승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