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빈첸시오 신부님|20221030 오늘의 말씀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GJF_qmkBmzc
천주교 부산교구 장산성당 연중 제31주일 오늘의 말씀입니다.
“그는 세관장이고 또 부자였다.”
자캐오라는 사람. 우리가 성경에서 기억하는 그의 특징은 ‘키가 작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을 2천 년 후인 지금에 만난다면 우리는 그를 분명 ‘부자’로 기억할 겁니다. 또한 그 자리가 어떤 의미이든 세력가로서 ‘세관장’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기억할지도 모릅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하느님 백성의 시선에서 보았기에 자캐오가 가진 것은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하느님의 백성에게 재산은 하느님께 받은 것이어서 근본이 하느님의 것이고, 그 재산을 모은 방식이 세관장이었기에 죄의 댓가라는 의미가 큽니다. 고리대업, 사채와 다를 바가 없는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그것으로 매국의 죄를 짓는 세관장이었기에 자캐오에게는 ‘키가 작은 것’이 오히려 더 나은 표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그나마 그 죄의 댓가와 결과들이 그를 지켜주는 수단이었을 겁니다. 우리는 재물을 피해 온전히 살 수는 없는 존재들이었기에 자캐오는 유별나게 다른 존재였을 겁니다. 세상의 치부를 다 드러내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말입니다. 오늘 그가 주님을 만납니다. 그래서 오늘 자캐오와 주님의 만남은 세상과 주님이 마주한 가장 솔직한 만남일지도 모릅니다.
“돌무화과나무로 올라갔다.”
그가 주님에 대해 관심을 가진 동기를 알기 어렵지만 그는 주님을 뵙기 위해 돌무화과나무 위를 오릅니다. 그의 키에 따른 자연스런 행동이지만 키 작은 이에게 이런 행동은 조금은 수치스런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님 앞에서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를 알아보신 주님은 그를 나무에서 내려오게 하십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현실의 이야기와 우리가 말하는 영성적 가르침 어느 사이로 빠져들게 됩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주님은 자캐오를 부르시고 다른 이들과 같은 자리에서 그를 만나십니다. 그리고 직접 그를 찾으신 것처럼 그의 집으로 향하십니다. 주님의 행동은 사람들에게 자캐오에 대한 감정을 다시 되살려 냅니다. 그리고 주님마저도 자캐와 같은 색으로 칠해지는 모양새를 보입니다.
“저이가 죄인의 집에 들어가 묵는군.”
지금으로 치면 하느님의 백성이 고해소에 들어선 모습입니다. 어느 성당에서나 존재하는 고해소, 사실 용서받는 곳이 따로 있을리 없지만 그곳에서 우리는 죄인과 그 죄를 듣고 하느님의 용서를 전하는 이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달리보면 죄인의 집에 들어선 주님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주님 앞에선 자캐오는 마치 고해소에 들어선 이와 같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자캐오는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자신을 찾으시고 함께 하시는 주님에게 ‘회개’의 모습을 보입니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주님께 내 놓은 것이 아니라 세상에 돌려주기로 합니다. 그를 그나마 지켜주던 것들이고, 그것을 위해 그가 노력했던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한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기로 한 것이 그의 선택이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우리가 살기 위해 선택한 어떤 것으로도 인정받거나 그것을 내세울 수도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반대로 우리가 주님과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운 사람일지라도 언제든 자캐오와 같은 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하느님 앞에서 귀한 사람들이어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할 때 고귀하고 거룩한 모습으로 되살아납니다. 그러므로 자캐오를 키작은 사람으로 기억하든, 부자로 기억하든 우리의 시선과 기억은 ‘회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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