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1. 3. 17. 08:39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요한 복음은 예수님이 유다인들에게 왜 미움을 받으셨는지 십자가의 이유에 대해 힌트를 주곤 합니다. 그래서 가장 솔직한 표현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느껴지지만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그 표현 하나가 커다란 '죄'가 되고 맙니다. 

 

오늘도 예수님의 첫 말씀이 그 두가지 엇갈린 평가를 나타냅니다.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당신이 보내는 하루가 아버지를 닮아있음을 이야기하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늘 살피시고 이끌어주심에 당신 역시 세상을 심판이 아닌 구원으로 인도하는 삶을 살고 계심을 이야기하십니다. 말씀하시는 주님의 모습은 기쁜 마음이 가득 느껴집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감사, 그리고 우리를 보시는 주님의 마음도 하나 가득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런 주님을 보는 냉정한 시선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님이 안식일에 일하신 것 때문에 그분을 죄인으로 단죄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아버지'라는 표현이었습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경솔함을 넘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더욱 자세하게 이어가십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당신의 관계에 대해 확실히 하십니다. 우리는 주님의 말씀에서 하느님이 아들 예수님을 통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를 알게 됩니다. 또한 죽음으로까지 우리에게 드러나신 온전한 아들의 사랑을 통해 부활로 드러나는 구원의 길은 심판이 아닌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은 심판을 두려워한 백성에게 하느님이 진정 원하시는 것은 심판의 결과가 아닌 모두가 구원의 길을 걷는 것임을 드러내고 그 모든 것은 아버지의 뜻 안에서 펼쳐지고 심판 역시도 아버지의 것이라는 것을 알리시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증언이 깊어질 수록 주님에 대한 사람들의 미움도 더 커졌을 겁니다. 미움이 자리잡고 단죄가 이루어졌다면 주님이 얼마나 더 큰일을 하신다 하더라도 그들이 내린 심판의 태도는 바뀌기보다 더 커졌을 겁니다. 그렇게 주님의 사랑은 깊어지고 세상의 미움도 더 커져갑니다. 

 

 

그래도 주저 할 수 없는 주님이십니다. 변화는 그분을 바로 보고 마음과 삶을 되돌리는 회개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답답함이 커지는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