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그 사람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이르신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1. 3. 15. 08:18

"그 사람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이르신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우리는 하느님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가끔은 확신 없는 삶의 순간들에 흔들릴 때를 만납니다. 분명 옳은 길을 걷고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알지만 그것이 가져올 결과를 알 수 없을 때, 불행한 결과를 예측하게 되는 순간이면 더더욱 우리의 믿음은 사라진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 온 사람. 그는 주님께서 함께 가시길 청합니다. 아이에게 손을 얹어 낫게 해 달라고 청하기 위해 길을 떠나 왔으니 그가 돌아가는 길에는 주님이 함께 하셔야 했습니다. 그래야 자신이 들은대로 그분의 능력을 청할 수도 아이를 구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은 소문 속의 주인공이었고 그래서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었기에 주님께 드리는 청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곧 주님이 움직이신다는 것과 같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주님을 뵙기는 했지만 그가 원하던 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예수님은 그와 함께 집으로 향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는 홀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대신 예수님은 그에게 "가거라"는 명령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아들이 살아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아버지. 그 아이가 일어날 수 있을지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어깨는 한 없이 작게만 느껴집니다.

 

그런데 복음은 아버지의 걸음이 그렇지 않았다고 전해줍니다.

 

 

"그 사람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이르신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

 

 

예수님을 찾아 나선, 그리고 하느님을 믿게 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주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보이는 표징과 이적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님을 만나 알게 된 후, 곧 믿음의 내용은 주님의 능력이 아닌 주님을 알고 그분이 주시는 진심 안에서 기뻐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침묵의 하루. 그 긴 빈시간이 아버지에겐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불안함이 아닌 믿음으로 길을 돌아갔던 아버지의 행복을 우리도 느꼈으면 합니다. 우리의 믿음이 그의 것이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