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1. 2. 22. 08:37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입니다. 베드로라는 한 인물과 그를 선택하신 주님을 생각하는 오늘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예수님은 가장 중요한 분이시지만 우리는 예수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저 주님의 선택과 삶이 늘 어떤 의미가 있겠거니 생각하면서도 정작 보이는 뜻마저도 놓쳐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예수님은 그 어느 하나도 버릴 수 없는 가치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인 이유는 주님의 모든 부분을 따르고 본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주님을 바라보면 그분의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늘 새로운 의미와 우리의 새로운 삶의 열쇠가 되곤 합니다. 

 

오늘 주님이 사람을 보는 눈에 대해 살펴봅니다. 구체적으로는 베드로를 정하신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베드로는 주님의 선택으로 인해 교황의 자리에 오른 사도 중의 사도입니다. 그런 엄청난 선택의 이유를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베드로를 선택하셨다는 것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로 또 뜻이 있겠지 생각하는 것 뿐이지요. 

 

그런데 복음 속 시몬이 베드로가 되는 과정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베드로의 어떤 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누구라고 하는지를 물어 보시는 주님은 제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십니다. 그리고 베드로의 대답이 나옵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이 답이 그를 베드로, 곧 반석이 되게 한 계기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의 대답을 들으시고는 그를 축복하시듯 이야기하십니다. 그리고 그 말씀 속에 예수님이 그의 대답이 어디서 왔는지를 이야기하십니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대답에서 아버지를 보신 겁니다. 베드로가 어떤 인품을 가지고 무엇을 알고 있는 사람인지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나중에 큰 인물이 될 사람이기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가 당신을 알아볼 수 있음을 보시며 아버지께서 그를 사람들의 기준으로 세우셨음을 아신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로 이름이 바뀌며 그는 흔들리지 않는 하느님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교황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그 존귀함의 시작은 하느님이 진리를 알려주시는 한 사람으로서의 가치였습니다. 베드로를 기억하는 우리는 교황으로서 그의 모습보다 주님 앞에서 흔들리고 실망스러웠던 모습을 압니다. 그런 그가 주님을 바로 알아보았다는 것으로 주님은 주저 없이 그를 선택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이 사람을 보시는 기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줄곧 우리에게서 가장 큰 인물과 좋은 인물을 고르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언제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아주 평범하고 아주 약한 이들을 희망의 기준으로 삼아오셨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사랑 받을 수 있는 기준을 하늘만큼 높였지만 주님의 부르심 앞에서도 주저 했던 베드로가 하느님의 선택이었고 우리 구원의 기준이 되었음은 정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을 보시는 하느님의 기준을 함께 기뻐하며 우리가 주님께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알아듣는 오늘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