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松竹/김철이 2020. 9. 1. 09:27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zFUIfwAOEcQ

 

 

나자렛과 전혀 다른 반응의 갈릴래아. 그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에서 살아있는 하느님을 체험합니다. 예수님이 누구신지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은 진리의 말씀을 들었고 자신들의 변화를 체험합니다. 말씀 자체로 권위가 느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느낌을 가로막는 일이 벌어집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그분의 실제 권위가 마귀도 어쩌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는 마귀의 의도가 숨겨져 있습니다. 

 

마귀에 시달리는 사람이 예수님을 보며 고함을 지릅니다. 

 

그는 예수님에 대해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 외치며, 그분이 마귀를 멸망시킬 수 있는 분이라 말합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귀에 대한 권한을 지닌 분이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을 굳이 마귀가 사람들이 모두 듣는 가운데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복음의 끝을 보면 마귀의 의도가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에 대해 놀랍니다. 그리고 그분에 대한 소문을 널리 퍼뜨립니다. 그 소문은 사실이고 요즘 골치를 썩이는 가짜뉴스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이 느낌들은 예수님의 의도가 아닌 마귀의 의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은 사라지고 예수님이라는 대단한 분을 알게 된 것으로 느낌이 변화됩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신 이유는 당신의 말씀과 모습을 통해 사람들 각자가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는 것으로 구원의 길을 걷게 하심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뿌려진 씨앗은 마귀의 고함 소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대단한 사람의 모습만 기억에 남게 된다면 그들은 삶의 태도를 바꾸기는 커녕 예수님을 따라 다니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하게 됩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은 고향에서 당신을 아는 이들로부터 배척을 당하셨습니다. 반면 그분의 위대함을 말하는 마귀에 의해 유명세를 치르십니다. 그러나 이 둘 모두 주님의 뜻을 가리는 일들입니다. 그들 모두가 처음 예수님의 말씀에서 느꼈던 그 감동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고달프심은 사실 이런 사람들의 모습 때문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