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곰단지
작가의 말
詩集 “인생 노름” 출판에 즈음하여 시란 정서나 사상
따위를 운율을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갈래
가 아니라 인생살이의 한 부분이라 여기게 되었다.
詩와 벗해 온지 어언 오십 년, 한 사람의 문학도로 잘
살았는지 못살았는지의 판단은 훗날 하늘에 맡겨야 하
겠지만, 매번 시집을 출판할 때마다 주마등처럼 떠오
르는 두 여인이 있다. 내게 인생과 문학을 가르쳐주신
모친과 문학도의 길을 걷는데 있어 헌신적 희생을 아
끼지 않는 아내다.
문학소녀이셨던 모친은 몸이 성치 못한 아들자식을
등에 업고 긴 인생살이 하다 행여 한이라도 맺힐 양이
면 가슴에 묻지 말고 글로서 풀어내라시며 대자연과의
대화법을 일러주셨고 글 꾼으로서의 끼를 물려주셨다.
모친은, 암울했던 시대 탓에 좌절할 때도 있었고 힘
겨운 인생살이 탓에 포기하고 싶었던 시기도 있었지
만, 그럴 때마다 흩어진 마음을 다잡아 주시며 인생은
모름지기 도박이고 세상은 도박판이라는 것이었다.
“태어날 때 노름 밑천을 많이 지니고 태어난 자도 있
겠지만, 덜 지니고 태어난 자도 있는 법이지. 하지만
초장 끗발 파장 맷감이라는 노름판 용어도 있듯이 세
상은 언제나 돌고 인생 노름판은 언제 뒤집힐지 모르
니 그때를 대비해서 장땡 잡을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
야 한다.”며 위로해 주셨기에 오늘날까지 지탱할 수
있었다.
모친과 더불어 아내 역시 글쓰기를 무척이나 좋아한
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풀어내지 못한 글
에 대한 사랑을 나의 뒷바라지에 쏟아왔으니 한층 더
매진하여 이 생애 끝날 때까지 두 여인의 기대와 사랑
에 작게라도 보답해 볼 참이다.
비록 인생 노름판 장땡은 잡지 못했지만 이만한 삶
이면 인생 노름판 훈수 두고 개평 뜯는 생은 충분하리
니…
2020년 3월
부산 안락동에서 김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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