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名)
松竹 김철이
한 시절 푸르던
양귀비 꽃잎은 가는 시절 부여잡고 울지만
화려하지 못한 외모 때문에
끝이 없는 세상 시련 가슴에 품었던
솔잎은 사계(四季)를 웃더라
낙엽에 불 질러 아픈 상처 태우려 하니
상처는 더더욱 아프다 피를 토하고
돌아본 황령산은 못 본 척
한마디 대답이 없었네
살다 살다 서러워 흘린 눈물,
한 광주리 수북이 담아
이순(耳順)의 가슴을 흐르는 강물에 띄워 보내려니
모진 가뭄에 물도 마르고
철새도 떠난 지 오래일세
무명이란 두 글자 자유로워
반생애 너를 벗하며
참 힘겨운 시절 이겨낸 건 다 네 덕이니
남은 반생애
너를 위한 시 한 편 걸쭉하게 읊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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