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된장찌개

松竹/김철이 2020. 3. 12. 12:14

된장찌개


                      松竹 김철이


오랜 민족의 역사를 풀어나가듯이

된장 한 덩어리 풀어

물 한 바가지 정성을 담고

보글보글 뚝배기 읊어가는 옛 추억을 듣는다.


몇 백 년 지기

죽마고우 고추장 손목 잡고

달아오르는 뚝배기 물속에 한 때 온천욕 즐기려니

눈치 없는 마른 멸치 몇 마리

물에 떠서 비명을 지른다.


한 민족 아낙들 해 묵은 한을 풀어내듯

한 술 퍼다

양은 냄비, 끓을 품에 안기니

시래기 살풀이 시간이 흐른다.

 

교도소 출소 범도 아닌데

두부 몇 동가리 감정 없는 입에다 넣어주니

덜 풀린 콩 조각

침샘을 타고 목구멍 헤엄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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