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주례석에 앉아서...

松竹/김철이 2019. 12. 31. 10:48



주례석에 앉아서...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가끔 하늘을 쳐다보곤 합니다. 성탄을 맞아 제대 위에 눈덩이를 달아놓았습니다. 제대 위의 트리와 어울리게 늘어뜨린 제대 위의 눈이 신자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지 궁금합니다.


무엇인가 설치할 때마다 사람들을 생각하며 애를 쓰지만 그 감상을 들을 자신은 없습니다. 그저 이 도시에 귀한 눈에 대한 사람들의 순수한 즐거움이 성탄의 기쁨을 조금이라도 채워주길 바라고 또한 누군가에겐 이런 손쉬운 방법이 참고가 되길 바라기도 합니다.


어디에나 있는 것.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위치를 달리하거나 그것에 의미를 담아 두면 전혀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의도를 지닌 채 만들어 진 것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직 부지런함을 조금만 일으켜 유치한 시도들을 해 봄을 좋아합니다.


해마다 이 고민이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만 또 그 피곤이 행복함을 주는 것은 내 마음의 만족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사랑의 실천이기 때문입니다.


미사를 끝내는 강복을 하고 가만 주례석에 앉아 있어 보고픈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저 문으로 먼저 나가는 것을 보고 그들의 뒤에 서 있는 내 자리를 지키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 마음을 다시 일으키는 성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