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松竹/김철이 2019. 12. 30. 11:38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한나라는 예언자. 그녀는 여든 네살의 노인이었습니다. 그녀의 주름살에는 남편을 잃은 슬픔부터 세상의 변화를 고스란

 새겨져 있었을 겁니다. 그녀는 하느님께 자신이 떠날 때가 가까워졌음을 알았을 것이고 그럴수록 세상을 보는 깊이와

필요한 가치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을 겁니다. 그녀는 예언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예언자에게 기쁨의 순간이 왔습니다. 한 아기를 보고서 일어난 일입니다. 시메온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이 아이의 어

떤 모습을 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아이에게 세상의 구원이달렸음을 알고 믿어 사람들에게 전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믿는다는 것. 그것이 어떻게 일어날지 무슨 일이 생길지 알지 못하여도 그 일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는 것은 어머니 마

리아의 믿음과 다름이 없습니다

 

결국 이 늙은 예언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활을 볼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말은 사실을 전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고 사람들은 세상에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를 아이에 대한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물론 그 이야기가 그들에게

 기억에 또 예수님에 대한 어떤 영향으로 주어졌을리 없었겠지만 그녀의 믿음은 옳았고 그녀의 증언은 하느님의 말씀 그대

로였습니다

 

세상에 평생 옳은 것과 바른 것에 대해 꿈꾸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삶은 시간에 비례해 허물어지고 사라지는 듯 보이

지만 사실 그 가치는 전혀 없어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현실이 그것을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고 또 그런 노력

조차 결국 무너질 것으로 예고하지만 하느님의 뜻은 그렇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언제나 실천하는 순간 다시 살아나고 생생

히 완전한 거룩함으로 존재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오늘 이 나이 많은 경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았으면 합니다. 그녀는 삶을 거의 다 살았고 젊은 날 가장 아픈 경험

을 지녔습니다. 그녀의 인생은 그 때 한 번 무너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수

많은 시간을 보내며 더 많은 것을 경험했을 것이고 이스라엘의 모든 것도 그녀에게 기억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기다렸던 그녀는 그 숱한 경험도 하느님의 뜻을 꺽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결국 그 일이 이루어지리라

는 것을 알려줍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이. 그 훌륭한 믿음의 본보기는 이 나이 많은 예언자에게서도 발견되는 가치입니다. 믿음이란 신념이나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고 꼭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지 않고도 알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보고서야 믿고, 보고도 믿지 않는 세상이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