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는 18일 중증외상센터 운영에 대해 "여기까지가 한국 사회에서 할 수 있는 한계라고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좌절감을 표현했다.
이 교수는 이날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윈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해 "(많은 분들이) 선의를 가지고 도와주셨는데 정작 일선 의료기관에서 핵심 가치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발언 내내 '중증외상센터와 관련 어려움'을 호소하며 지친 표정을 여과없이 드러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지난해에 정부에서) 22억 원 예산이 증원돼 간호 인력이 부족했으니 뽑으라고 했다"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병원이 이 금액을) 증원에 사용하지 않고, 기존 인력 월급을 대체하는 데 상당 부분을 썼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센터에서) 60여명을 증원을 해야되는 상황인데 실제로는 병원에서는 37명만 증원하고 나머지 30여명 뽑을 예산을 병원의 기존 일반 간호사들 월급 국비로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비 지원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이 다른 용도로 사용해 결국 중증외상센터 간호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호소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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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절반밖에 채용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병원 집행부에서 논의과정을 거쳐 증원 요구 사항이 반려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센터장으로서 제가 막았어야 했는데 뼈 아프게 생각한다. 제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수는 "닥터헬기가 비행을 나가면 최소 인원이 의사 1명, 간호사 1명"이라며 "의료진 4명이 비행을 나갈 때도 있어서, 비행할 간호사도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닥터헬기 관련해 경기도는 지난 6월 18일 도 교육청, 아주대병원과 '응급의료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이들 기관은 닥터헬기로 중증외상환자를 이송할 때 학교 운동장과 시군 공공청사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의 이번 협약은 '닥터헬기' 사용에 있어 핵심적 사안으로 손꼽힌다. 인천, 전남, 강원, 경북, 충남, 전북 등 6개 지자체가 닥터헬기를 도입했지만 '이착륙장 사용 불가' 이유로 인명 구조 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의 뒷받침을 통해 지난달 4일 첫 운행을 시작한 닥터헬기는 이달 12일까지 총 39일간 중증 외상환자 총 36명을 살렸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는 하루에 1명의 인명을 구한 셈이 된다.
그 과정에서 '닥터헬기 소음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국정감사를 통해 "요새는 민원이 별로 없다"라고 밝게 웃었다.
이 교수도 "환자분들, 환자의 보호자분들은 닥터헬기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라며 "제가 '죄송하다'라고 하면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는 '괜찮다'며 새벽에 깨더라도 이해해주고, 격려해준다"라고 동의를 표했다.
다만, 이 교수는 "오히려 (아주대병원) 기관장님들께서 예민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닥터헬기 소리 자체 문제인지, 헬기 사업을 병원에서 하는 게 싫어서 가끔 들어오는 민원을 빌미로 삼는지 아직도 가늠이 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 사업을 반납해야 한다'는 말부터, 국토교통부에 조직적으로 공문을 보내서 헬기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질의도 이뤄졌다. 그런 어려운 과정을 이 지사님이 잘 풀어줬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을 결정해주는 분, 중앙 정부, 경기도 지방정부, 그리고 제가 소속된 아주대학교 기관과 병실이 없어 못 받아들이는 중증외상센터 환자 그 사이에 제가 있다"라며 "능력이 뛰어나면 윤활유 역할을 잘 해서 부드럽게 잘 돌아가게 해야 하는데 예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할지 하루하루 고민하고 있다"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발언을 이어가던 이 교수는 종종 말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 이를 꼭 무는 등 고통스러운 표정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이 교수는 "저희가 잘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모든 시스템을 갖춘 게 아니라서 지금 이 자리에서 내일이라도 당장 중증외상센터를 문 닫아야 할 이유를 30가지 쏟아낼 수 있다"라고까지 표현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국정감사를 진행하던 행안위 소속 의원들의 응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를 통해 "저는 이국종 교수님을 '이단아'라고 생각한다"라며 "중증외상센터로 실려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빽 없고, 연줄 없는 분들, 위험한 일을 하다 다친 노동자들이다. 벤츠를 타는 사람들이 아니라, 배달하느라 오토바이를 타던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혼자 나서서 하고 있다. 이순신에게 수군 병사가 있었고 민초들이 있었듯, 중증외상센터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라는 진실된 후원군도 있다"라며 "용기 잃지 말고, 닥터헬기 성공시켜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이언주 무소속 의원도 "앞으로 이런 문제는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비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고, 민주당 소속 전혜숙 위원장도 "이 교수님이 예전에는 씩씩하게 답을 잘했는데, 이번에는 많이 지쳐 보여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