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松竹/김철이
무명옷 갈아입고 못 추는 춤이라도
한 자락 추어 봤으면
목 맨 한이라도 남지 않았을 터
다 놓고 가라기에 노잣돈 한 품 없이
비렁뱅이 누더기 주머니 채워줬더니
탁배기 한 잔 걸칠 엽전 한 잎조차 없구나
그래도 좋더라
울 엄니 배 빌려 태어날 적에 빈 몸으로 왔으니
돌아갈 적 빈 몸으로 가는 것
세상 진리 아니겠나
아서라 말아라
팔자에 없는 감투 눌러 써봐야
천륜계(天倫界)만 벌어질 뿐,
저무는 황혼길에 무슨 덕이 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