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
김철이
사람이 평생을 사노라면 마른날도 있고 진날도 있는데 마른날은 춥지도 덥지도 않을 뿐 아니라 해가 화창하게 맑은 날에 비유한 것이고 진날은 비와 눈이 내리며 우산이나 비옷 없이는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겪는 날에 비유한 것이다. 사람은 이 마른날과 진날을 벗하며 살아갈 운명체인데 이 삶의 과정에서 동여매야 할 끈이 있으며 풀어놓아야 할 끈이 있는 법이나 동여매야 할 끈을 제때 동여매지 못하고 풀어놓아야 할 때 풀어놓지 못하여 갖가지 모습과 표정으로 다가서는 적지 않은 생의 고난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삶의 숫자는 누구나 평등하게 주어질 평생이다. 이 평생의 숫자를 살면서 제때 동여매고 제때 풀어놓아야 할 다섯 가지 끈이 있는데 이 다섯 가지 끈만 제때 매고 푼다면 순탄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 가지 끈을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다.
하나, 「매끈」
까다롭고 까칠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고, 모난 돌은 정 맞기 쉽다. 그러므로 늘 세련된 옷차림을 하고 항상 밝게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예의 있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외모가 미끈하고 성품이 매끈한 사람이 되라는 것인데 서로 부딪기며 사는 세상사에서 까탈을 부리고 까칠한 성품을 지녀봐야 본인이 살아내야 할 인생사에 덕보다 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둘. 「발끈」
매사에 오기 있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실패란 한곳에 영원히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잠시 머무는 것이다. 낮과 밤은 반대의 성질을 지녔고 낮은 빛을 추구하고 밤은 어둠을 추구하는데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는 가운데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니 어려운 순간일수록 오뚝이처럼 칠전팔기 근성으로 오히려 발끈하라는 것이다. 한번 주어진 인생은 누구 하나 대신 살아줄 수도 없지만, 대신 살아주어도 안 되는 일이기에 그 어떤 시련과도 당당하게 싸울 수 있는 오기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셋. 「화끈」
매사에 미적지근한 사람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어떤 종류의 일이든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행하며 어차피 할 일이라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화끈하게 소신껏 행동하는 사람, 내숭 떨지 말고 화끈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먼저 얻는다.” 는 말도 있듯이 경쟁시대에 사는 만큼 매사에 느리고 뒤처지는 사람은 장차 다가올 미래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넷. 「질끈」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 할지라도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크고 작은 실수도 하지 않고 결함 한 가지 없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을 쓸데없이 비난하지 말고 세 치 내 혀를 다스리며 질끈 눈을 감을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올 수 없는 물과 같으니 들었던 말, 전하고 싶어 못내 입이 간지러워도 참아야 하며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아무런 잘못 없이 다른 사람이 나를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비난해도 두 눈 질끈 감을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다섯. 「따끈」
폭풍우가 몰아치고 태산이 무너져도 따뜻한 마음을 소중히 간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계산적이고 가슴이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매사에 털털한 성품을 지닌 사람, 슬픔을 지닌 사람을 대신하여 울어줄 수 있을 정도로 인정 많은 사람, 정이 메마르지 않고 샘물처럼 늘 샘솟는 사람, 늘 깬 영혼으로 주위를 돌아볼 줄 알며 불우한 처지의 이웃에게 따뜻한 가슴을 내줄 줄 알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잘 알지 못하는 타인들에게도 사랑의 손길을 베풀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이러한 삶을 사는 한 희망도 더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장차 오리라 믿는 “희망”의 「끈」을 애써 잡으려 한다. 그러나 희망의 끈은 노력하지 않은 자의 손엔 잡히지 않는 법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평생을 안간힘 다 쓰며 인생살이의 멘 토가 되어줄 튼튼하고 질긴 동아줄을 찾으려 동분서주한다. 그런데도 개중에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해와 달이 오누이가 된 동아줄 이야기에 등장하는 튼튼하고 질긴 동아줄을 하늘만 바라보며 기린 목처럼 길지도 않은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희망”이라는 단어는 노력하는 자들만의 독점 소유물이 되어야 함은 당연지사, 한 사람의 인생살이에 있어 어떤 보배로운 존재보다 더 위대한 존재는 “희망”이다. “희망”이 없는 인생은 살아있는 목숨이 아니라 숨을 쉬고 있다 해도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 이다지도 소중한 희망의 끈을 잡으려고 평생을 안달복달하다 평생소원도 이루지 못하고 인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세상엔 부지기수 “희망”의 싹수가 보일 양이면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으려 드는 것이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세상 뭇사람들의 심리이나 그 이전에 묶고 풀어야 할 다섯 가지의 끈을 제때 묶고 제때 풀어야 한다는 것인데 「매끈」「발끈」「화끈」「질끈」「따끈」이 다섯 가지 「끈」만 적소 적절하게 풀고 묶는다면 해와 달이 오누이가 된 동아줄 이야기에 주연 역할로 등장하는 동아줄보다 더 질기고 튼튼한 “희망”의 동아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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