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오라기
- 松竹/김철이 -
밤을 뜬눈으로 새다 온 역사인가
잉크빛 연한 줄기로 피는
나팔꽃 여린 잎사귀에
갓난아기 걸음으로 내린다
동산을 홀로 넘어올 때
마음은 정녕 외로웠으나
따르는 그림자 여럿이었기에
빈 들녘 하루의 역사를 펼친다
홀로 섰는 허수아비
기워 입은 옷자락이 애처로워
따스한 해 실을 풀어
한 뜸 한 뜸 여미어 입힌다
온 종일 환하게 웃었더니
열린 입조차 다물 수 없어서
구수한 된장국 냄새
저녁나절 서산마루 걸터앉아 쉼 없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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