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복되십니다, 믿으신 분/성모 승천 대축일(하성호 신부)
“과학이 인간에 종사하는가? 아니면 인간이 과학에 종사하는가?” 이탈리아의 한 추기경님께서 현대인에게 던지는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옛날 같으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인간이 과학을 지배한다.’고 대답할 수 있었을 터이지만, 오늘날에는 그렇지를 못합니다. 물론 과학이 그렇게 발달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휴대폰과 인터넷을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그런 도구들에 우리 삶이 얽매여 있기도 합니다. 또한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하도 세상살이를 좌지우지하다보니, 마치 그것이 만사의 중심이거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신비’입니다. 신비는 하느님께서 태초로부터 마련하신 우리 구원의 계획을 뜻하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은 눈에 보이는 세상을 대상으로 하고, 그것을 우리 사람들의 편리에 맞게 조작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이고 하느님 구원계획의 일부이기 때문에, 신비가 바로 과학의 토대인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인가 잔뜩 아는 것 같지만 사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기본이 되고 중요한데도 많은 이들이 그것을 잊어버리고 삽니다. 문제는 우리 신앙인들도 이런 세상 풍조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현상을 ‘세속화’라고 하는데,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가장 중하게 여기지 않고 어느덧 이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세속 사람으로 변해 간다는 뜻입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새삼 깨우쳐줍니다. 우리를 앞서 하늘에 오르신 성모님은 하느님께서 사람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시는지, 우리를 어떤 운명으로 부르셨는지를 보여주는 표징입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오늘 제2독서인 1코린 15,22). 이것이 바로 ‘신비’이며, 이것이 우리 삶의 중심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위해 마련하신 영광을 앞서 받으셨습니다. 그 영광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하신 겸손과,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하신 순종으로 얻으신 것이었습니다. 우리 신앙의 모범이 되시는 성모님을 두고 엘리사벳 성녀는 이렇게 외칩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계획, 신앙의 신비를 얼마나 믿고 있습니까? “네가 믿은 대로 될 것이다.”(마태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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