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복되신 마리아님, 우리민족을 위하여 빌어주소서!/성모 승천 대축일(이기헌 주교)
오늘은 복되신 동정마리아께서 지상생활을 마치시고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입어 무덤의 부패를 겪지않고 승천하신 기
쁜 날입니다. 여인 중에 특별히 간택되시어 동정의 몸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신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말씀처럼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신”(루카 1,42) 분이시며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으신 분입니다.
오늘은 또한 우리나라가 36년간의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날이기도 합니다. 해방의 축복도 우리나라를 특별히 사랑하시는 성모님의 은혜로 믿고 있기에, 한국 교회는 성모님을 주보로 모시어 그 어느 나라 보다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깊습니다.
예를 들어 레지오 마리애를 열심히 하는 신자들의 비율이 많다는 점이나 정성을 다하여 묵주기도 바치는 모습은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일입니다.
성모님은 하느님과 인간들 사이에 중개자 역할을 하시는 자비로우신 분입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께서 첫 기적을 행하신 것도 바로 성모님의 중간 역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모님께서는 가난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그냥 버려두지 않으시는 사랑의 어머니이십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여러분,
우리 한국교회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고 계신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오늘 우리는 우리민족을 봉헌하며 성모님께서 우리민족을 위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빌어주시기를 간절히 청합시다. 특별히 민족 분단의 아픔을 지리적으로 더욱 깊이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의정부교구 신자들은 더욱 열심히 기도드려야 합니다.
일년에 두 차례, 설과 추석명절을 맞으면서 우리 교구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통일을 기원하며 오두산 전망대에
서 미사를 봉헌합니다. 차로 달려가면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에 북녘 땅이 있건만 갈 수 없고, 설령 간다하더라도 먼 중국
을 거쳐 돌아 가야하는 슬픈 현실을 안고 살아가는, 이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가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민족에게 해방의 기쁨을 주신 성모님께서 우리가 바치는 기도를 들어주시지않는 것은 우리 민족을 사랑하시기에 아직도 부족한 준비를 더 잘 하도록 기회를 주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민족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놀라운 복되신 마리아님, 우리민족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이어서 일어난 동족상잔의 6.25전쟁은수많은 목숨을 앗아갔고, 이 땅을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이젠 세계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가 경탄하는 나라가 되었고, 그 놀라운 기적을 많은 나라가 배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에게는 부족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들을 우리는 잊어버리고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
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시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지 못하고,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있으며,
하느님께서 사랑하라고 분부하신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낙태와 자살, 이혼, 노인 학대, 교통사고,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 등, 부끄러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민족을 사랑하시기에 우리민족에 거는 기대도 더 크실 것입니다. 어디가나 보이는 십자가, 성당과 개신
교 교회. 또한 불교 사찰도 많습니다. 종교인들의 넘치는 활동은 세계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믿음을 행동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에 성모님은 안타까워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성모님을 바라보고 성모님의 삶을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첫째, 성모님은 언제나 하느님을 신뢰하고 그분의 뜻을 겸손하게 받아 들이셨습니
다.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를 통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실 수 있었던것처럼, 우리도 내 뜻대로나 이 세상의 약
은 지혜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의 뜻에 응답하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둘째, 성모님께서는 세계평화를 위하여 기도할 것을 당부하셨으며, 평화를 위협하는 나라나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하라 하셨습니다. 평화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우리도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도록 합시다.
셋째, 성모님께서 엘리사벳과 기쁨과 어려움을 나누기 위하여 먼 길을 찾아가시고, 가나에서 어려운 사람을 위해 관심과
사랑을 보여 주셨듯이, 우리도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이웃을 찾아가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이되도록 합시다.
넷째, 예수님께서는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로 주셨습니다. 세기를 뛰어넘어 온세상 사람이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시고 행
복하게 살았듯이, 우리도 성모님을 더욱 사랑하는 자녀들이 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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