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 성령을 통해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정재 신부(성령 강림 대축일)
가 믿고 의지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따랐던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내 곁을 떠난다면 그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아마 직접 그 현실 앞에 서 보지 않고는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인 오늘 복음은 우리들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따랐던 예수님을 한순간에 잃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락방에 몸을 숨긴 제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실망과 좌절, 닥쳐온 현실에 대한 두려움은 제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였고, 한 가닥 희망조차 가질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이라며 주저앉은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이 각 사람 위에 내려왔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 모습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성령은 홍수처럼 넘치는 은총을 교회에 내려 주었고, 이제 제자들은 성령으로 가득 차, 굳게 닫았던 다락방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아가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우리가 십자가에 못 박아 죽게 한 예수님께서는 영광스럽게 부활하셨으며 그분이 바로 주님이시며 메시아이심을 온 세상에 전하게 됩니다. 이토록 놀라운 모습으로 변화되어 당당히 교회 앞에 우뚝 서게 된 제자들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성령강림은 우리들에게 큰 축복을 내려 주었습니다. 성령을 통하여 제자들은 눈이 가려져서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고, 깨닫고 결국 굳은 믿음을 통해 용기 내어 예수님을 증거하는 사명을 완수하게 됩니다. 성령은 두려움에 떨며 용기를 내지 못했던 제자들의 모습을 변화시켰듯이 우리들을 변화시켜줍니다.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유명해져 있더라는 말처럼 어느 순간 문득 신앙 안에서 변화된 나의 모습을 발견하였다면, 그것은 분명 성령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신병교육 기간을 모두 마치고 자대로 가는 한 훈련병이 저에게 편지를 써서 주었습니다. 군대 오기 전 부모님이 그토록 성당을 가라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며, ‘왜 진작 신앙을 갖고 살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훈련소 미사시간에 들은 복음말씀과 신부님 강론말씀이 밖에서 수십 번 들었을 때와는 달리 새롭게 들리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을 왜 생명의 말씀이라고 했는지 그 이유도 알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변화입니까? 다락방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부족하고 나약한 제자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수님을 증거할 수 있었던 것은 성령을 통한 놀라운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 훈련병이 그저 힘들기만 했던 훈련소 생활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그 시간의 의미를 발견하고 힘을 내고 용기를 내어 군 생활을 새로운 각오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성령을 통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이하여 다음 성경 구절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영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로 우리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신다는 것을 압니다.” (1요한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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