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일치와 소통의 영/김규성 신부(성령 강림 대축일)
이 세상에 언어가 하나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영어를 비롯한 골치 아픈 외국어 공부를 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또한 여행이나 사업 혹은 공부를 하기 위해 외국에 갔을 때 겪는 언어에 대한 어려움도 없을 것입니다. 정말 힘든 외국어 공부 없이 그냥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막힘 없이 소통하면 참 좋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성령강림 대축일인 이번 주일 제1독서에는 바로 이러한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성령께서 이 세상에 내려오시자마자 제자들이 말하는 것이 각기 다른 언어로 들리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옆에서 통역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사도들의 설교를 모두 알아 듣는 거짓말과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무려 삼천 명이 넘는 이들이 그리스도를 믿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렇듯 성령께서 이 세상에 오신 날의 기적과 성과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리스도를 믿게 된 이들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일치와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소통하기가 어렵습니다. 같은 말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으며 듣는다 하더라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 많은 갈등이 존재합니다. 지금 대한민국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소통의 부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도층에 있는 이들은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자기 고집만 주장하며 자기 욕심 채우기에 급급합니다. 이러한 그들의 처신 때문에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초 공동체라 할 수 있는 가정 안에서도 서로 소통하지 않기에 생기는 갈등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교회 공동체 안에도 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성령께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같은 언어로 알아 듣게 만든 기적을 행하심은 단지 귀에 들리는 언어만 일치시킨 것이 아닐 것입니다. 서로 닫혀 있는 마음까지 열어 주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어가 달라도 마음으로는 서로 소통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하도록 도와 주신 것입니다. 또한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서로 막혀 있는 이들이 원활하게 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셨습니다.
50번째 생일을 지낸 인천교구는 ‘성령충만’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성령께서 교구 공동체의 일치와 소통을 더 원활하게 만들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더불어 이 세상의 갈등을 가진 모든 이들이 오해와 불신을 씻어 버리고 일치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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