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성경 속 상징31-빛- 선과 악을 가늠하는 잣대

松竹/김철이 2011. 6. 11. 07:41

성경 속 상징31-빛- 선과 악을 가늠하는 잣대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약 400nm-700nm 파장을 가진 전자기파(가시광선)를 빛이라고 한다. 진공 속에서 빛의 속도를 광속이라고 하는데,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돌 수 있고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데 1초 정도 걸린다고 한다. 넓은 의미로 빛은 적외선과 자외선 및 엑스선, 감마선까지 포함해 지칭하기도 한다.
 인간은 빛이 있어야 사물을 볼 수 있다. 빛은 특히 비육체적, 비물질적인 것의 표현이므로 예로부터 신(神))의 정신, 영성을 상징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태어나는 것을 "세상의 빛을 본다"고 표현한다.
 고대 신화에서 빛의 영웅과 어둠과의 전쟁이 자주 등장한다. 신화에는 빛이 어둠에 승리해 세계 창조, 혹은 구원을 이룬다는 이야기가 소개된다. 고대 이집트 여러 신전에서는 신들상 앞에 등불을 밝혔다. 당시 사람들은 이 빛에 생명의 상징뿐 아니라 악마를 쫓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성경에서 빛은 하느님의 말씀에 의해 생겨났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창세 1,3). 이처럼 빛은 하늘, 즉 신적인 것과 결부돼 있다. 이사야 예언자는 구세주 탄생을 예언하며 암흑 속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큰 빛을 본다고 표현했다(이사 9,1). 그래서 사람들이 빛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과 안전 속에서 사는 것과 같았다. "의인들의 빛은 흥겹게 빛나지만 악인들의 등불은 사위어 간다"(잠언 13,9).
 하느님께 반역하는 악인의 몰락을 빛이 꺼지는 것에 비유했다. "정녕 악인들의 빛은 꺼지고 그 불꽃은 타오르지 않네. 그 천막 안의 빛은 어두워지고 그를 비추던 등불은 꺼져 버리지"(욥 18,5-6). 이처럼 성경에서 빛은 하느님을 상징한다.
 또한 빛은 질서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낮은 열두 시간이나 되지 않느냐? 사람이 낮에 걸어 다니면 이 세상의 빛을 보므로 어디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요한 11,9). 그래서 빛은 사람들이 무질서를 거슬러 싸울 때 그들을 보호해 준다. 이처럼 빛은 생명을 주고 보호하는 특징을 지닌다.
 예언자들이 언급하는 큰 빛은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다"(요한 1,9). 그리스도께서도 자신을 세상의 빛으로 규정한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 이처럼 빛은 구원을 상징하기도 한다.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2,46).
 그래서 빛은 선과 악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어 심판적 기능을 갖는다. "불신자들과는 상종하지 마십시오. 의로움과 불법이 어떻게 짝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빛이 어떻게 어둠과 사귈 수 있겠습니까?"(2코린 6,14).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자신의 「고백록」에서 "하느님 말씀은 진정한 빛이다"고 했다. 또한 중세 신자들은 고딕 양식의 교회에서 어두운 건물 내부에 들어오는 태양 빛을 그리스도의 상징이고 빛을 받은 창을 성모 마리아의 상징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출처 : 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