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24) 성녀 모니카 ③

松竹/김철이 2011. 6. 9. 09:32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24) 성녀 모니카 ③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본보기로 사신 성녀
주님이 준비하신 영적 내면형성에 순명하며
확고한 신앙과 부드러움으로 삶의 모범 보여

 

 

모니카 성녀는 어린 시절부터 성당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제 발로 성당을 걸어서 가지는 않았을 것이고…. 분명 어머니가 성당에 데리고 다녔을 것이다. 성당 다니는 것을 좋아하게 되면 다른 많은 것들이 파생되게 된다. 모니카 성녀가 그랬던 것처럼 어려운 이웃도 도와주게 된다. 어린아이들은 환경만 잘 조성해 주면, 저절로 선한 마음을 일으킨다. 하느님과 쉽게 합치되고 이웃과 융화되며, 연민의 마음을 일으킨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미 그렇게 형성되도록 해 놓으셨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리 형성되어 있는 우리의 내면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는가 하는 문제다.

모니카 성녀의 삶을 자세히 살펴 보자. 성녀는 성인(成人)이 되어 결혼을 한다. 그런데 남편이 문제다. 남편은 아내와 힘을 모아 좋은 가정을 꾸리고, 그래서 하느님의 섭리를 완성해 나가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난폭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시어머니도 만만치 않았다. 하는 일마다 어깃장을 놓고, 잔소리다.

남편도 밖으로만 겉돌고, 시어머니는 늘 달달 볶고…. 보통사람들 같았으면 나가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성녀는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잘 형성시켜온 내면적 성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힘이 있다. 작은 바람에 휘청거리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를 형성시키시는 신적 신비, 삼위일체 하느님께 영적 갈망을 드리게 된다. 이렇게 계속 기도하다보면 흔들리지 않는 확고함이 생된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그 확고함이다.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음성이 어떻게 확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니카 성녀는 이런 음성을 들었을 것이다. “내가 남편과 시어머니를 모니카 너에게 맡긴다. 내가 너에게 남편과 시어머니를 보낸 것이다. 너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변화시킬 수 있다.”

모니카 성녀는 끊임없이 기도를 바쳤다. 삶의 모범도 보였다. 이렇게 되면 가정의 팽팽한 긴장이 풀어지고 경직성이 깨진다. 부드러움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남편과 시어머니가 회개하고 신앙으로 돌아왔다. 평화는 남을 탓하고 공격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움을 간직한채 받아들일 때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고난은 그치지 않는다. 이 시점에 아들 아우구스티누스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 후 10년 넘게 남편과 시어머니로부터 시달리다가 이제 좀 편안하게 사나 싶었는데 이제는 아들이 말썽이다.

방탕한 삶을 살아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은 참담했다. 아들은 부모님 뜻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살았다. 막 살았다. 마니교라는 이단과 여자에 푹 빠져 살았다. 성녀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했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늘 아들 옆을 지키며 아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바오로 사도에게 그랬던 것처럼 하느님의 빛이 아들에게 내렸고, 결국 아들은 회개했다. 게다가 교회의 위대한 성인(聖人) 반열에 오른다. 여기에는 어머니의 희생과 기도, 열망이 큰 역할을 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때가 모니카 성녀 54세 때다. 모니카 성녀는 이렇게 아들의 회개를 보고 1년 후 편안한 마음으로 선종한다.

모니카 성녀의 삶을 보면 인간적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결혼 후 남편과 시어머니 때문에 고생했고, 그 고생이 그칠 즈음 아들 때문에 또 맘고생을 해야 했다. 그 기간이 34년이었다. 그 기간을 이겨낸 것은 확고한 신앙과 부드러움이었다. 마음안에 심어 있는 확고함과 부드러움의 성향은 하느님의 뜻을 이뤄내는 도구다.

반형성적 삶을 살아가던 남편과 시어머니는 모니카 성녀를 통해 형성적 삶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또 모니카 성녀가 있었기에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위대한 성인이 나올 수 있었다. 물론 모니카 성녀의 내면 형성을 준비시키고 완성시켜 주신 분은 하느님이시다. 늘 내면에 영적 힘을 강하게 해 주셨고, 모니카 성녀는 이를 경외와 순명과 의지로 받아들이셨다.

모니카 어머니를 위해서 박수라도 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모니카 성녀처럼 살 수 있다. 하느님은 이미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모니카 성녀처럼 살 수 있도록 형성시켜 놓으셨다. 우리가 마음안에 심어 있는 좋은 성향들을 깨닫지 못하고 그렇게 살지 않아서 못할 뿐이다.


정영식 신부 (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출처: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