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아우구스티누스의 행동은 점점 더 어머니의 뜻과는 멀어져갔다. 오직 재물과 향락의 늪에 빠져 살았다. 지식을 쌓은 공부도, 오직 세속에 대한 관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모니카 성녀는 아들의 품행이 아무리 나쁘다 하더라도 절대로 꾸짖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성녀는 그럴수록 오히려 부드러움으로 아들을 대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아들의 회개를 위해 눈물 흘리며 기도했다. 단순한 청원기도가 아니었다. 성녀는 아들의 죄를 대신 보속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했다. 아들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수많은 고행을 자처했다. 가난함 중에서도 자비를 베푸는 삶을 살았으며, 항상 이웃 사랑에 소홀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모니카 성녀는 주교님을 방문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그런 성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주교가 입을 열었다.
“안심하십시오. 그런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둔 아들은 결코 멸망의 길을 걸을 수 없습니다.”
성녀는 주교의 말을 천상으로부터 듣는 대답으로 생각했다. 그래 더할 수 없는 위로를 받았으며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인내심을 갖고 기도하기로 했다. 이후 성녀는 아들이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갔다. 아들이 머물던 카르타고에도 갔고, 이탈리아의 밀라노에까지 갔다. 모니카 성녀는 이렇게 아들의 회개를 위해 잠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
성녀 모니카의 정성은 곧 열매를 맺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잠시 밀라노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마니교도였던 아우구스티누스는 반박할 거리를 찾기 위해 성당에 들러 밀라노의 주교였던 암브로시우스의 강의를 들었는데, 이때 큰 감동을 받게 된다. 결국 아우구스티누스는 알지 못하는 힘에 이끌려 암브로시우스 주교를 직접 방문하기에 이른다. 논쟁에 있어서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암브로시우스의 명쾌한 논리에 결국 두 손을 들게 된다. 그리고 암브로시우스 주교가 말한 그리스도교의 진리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됐다. 분명 어머니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감동은 받았지만, 하느님께 전적으로 헌신하며 살려는 소망이 불길처럼 치솟았지만, 한편으로는 명예, 재산, 결혼 등 세속적 문제 때문에 내적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어느날 정원을 산책할 때였다. 하늘에서 “집어서 읽어라”(Tolle, lege)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성경을 무심코 펼쳤다. 그곳이 바로 로마서 13장 13절이었다.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로마 13,13)
이때가 서기 386년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그해 8월 교수직을 당장 그만둔다. 그리고 그의 친구 성 알리피우스(Alypius)와 아들 아데오다투스와 함께 교리를 받고, 387년 4월 13일 부활성야에 밀라노에서 성 암브로시우스 주교 주례로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이집트의 은수자들의 전기를 읽게 되고 그 고행의 생활에 매우 감동되어 “이 사람들이 한 것을 어찌 난들 못할 것이냐!”하고 부르짖었다. 그 후 고향 아프리카로 돌아가 일종의 수도원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한다. 이후 아우구스티누스는 교회의 위대한 학자이자 주교, 더 나아가 성인이 된다.
어머니 모니카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바라고 갈망하던 것이 마침내 실현된 것이다. 성녀는 눈물로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그 행복한 마음을 안고 마침내 성녀는 아프리카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른다. 그런데 그녀의 역할은 거기까지 였을까. 귀향길에서 중병에 걸린다. 아들 아우구스티누스가 급히 달려왔다. 그렇게 그녀는 아들의 품 속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 387년 5월 4일, 그녀의 나이 56세였다.
모니카 성녀를 묵상할 때마다 떠오르는 상념은 투명함과 순수함이다. 규율을 엄격히 지키는 엄정함이 아니라 맑고 깨끗하고 밝은 순수한 영혼이 떠올려진다. 아들을 위해 평생 동안 눈물의 기도를 바쳤던 성녀, 진리를 몸으로 체험하고 그 진리를 위해 평생동안 한눈팔지 않고 외길을 걸었던 성녀. 그 열정과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어떻게 가능했을까.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23) 성녀 모니카 ②
진리를 위해 평생 외길 걸으셨던 성녀
인내와 기도로 아들 아우구스티누스 회개 시켜
고행 자처하며 가난 중에 자비 베푸는 삶 살아
인내와 기도로 아들 아우구스티누스 회개 시켜
고행 자처하며 가난 중에 자비 베푸는 삶 살아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엘리사벳·선교사
최인자·엘리사벳·선교사
출처:가톨릭신문
'가톨릭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경 속 상징30-안수(按手)- 축복을 전달하는 가시적 표현 (0) | 2011.06.08 |
---|---|
그림으로 보는 순교자 열전 탁희성 화백 그림과 약력은 (0) | 2011.06.07 |
그림으로 보는 순교자 열전 탁희성 화백은 누구인가 (0) | 2011.06.06 |
성경 속 상징 29-혀- 하느님 찬양하는 언어, 무서운 무기 (0) | 2011.06.06 |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22) 성녀 모니카 ① (0) | 2011.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