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중반 이후 성화 작품에 심취
1915년 7월 29일 서울에서 출생한 죽정 탁희성(비오) 화백은 춘천공립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은사인 석흑의보 선생 문하생으로 입문, 동양화를 전수하고 궁중화가 길에 들어섰다. 1960년 가톨릭에 귀의한 후 한국교회사를 연구하면서 매료된 탁 화백은 이로 인해 40년 동안 지켜온 자신의 사고와 화단(畵壇)을 혁신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중반까지 4차례 개인전을 연 고인은 이후부터는 한국교회사 공부와 당시 풍속 및 복식에 대한 연구 등을 계속하면서 교회사 및 순교자 관련 성화 작품을 그리는 데 심취했다. 처음에는 고 오기선ㆍ박희봉 신부와 장익 신부(현 춘천교구장 주교) 등의 도움을 받았으며 극작가 이서구 선생, 수도사대(현 세종대) 석우선 교수 등에게서는 사회 풍속과 복식에 관한 지도를 받았다. 탁 화백은 1970년 '천주교 박해 200년사 성미술전'(22점)을 시작으로 '김대건 신부 일대기 성화전'(1971년, 26점), '최양업 신부 일대기 성화전'(1976년, 30점),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성화전'(1984년, 19점)을 개최한 데 이어 1989년에는 '한국 103위 성인들의 순교화전'을 열었다. 당시 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장 김옥희 수녀 등의 도움을 받아 4년 간의 작업 끝에 순교성인 103위 특징적 면을 하나하나 조명해 103점으로 완성한 역작이었다. 그리고 다시 2년 간 작업 끝에 한국초기교회사 관련 순교자와 증거자들 삶을 화폭에 담아낸 작품들이 이번에 본지를 통해 공개되는 208점 유작이다. 고인은 1992년 6월 28일에 선종했다. 탁 화백의 둘째 아들 탁동호씨는 "선친은 전국을 다니시며 현장을 답사한 후에 스케치한 것을 가지고 고증을 거친 후에 그림을 그리셨다"면서 "한번 자리에 앉으시면 팔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꼼짝않고 그림에 몰두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평화신문을 통해 유작들이 공개되는 것을 계기로 가톨릭에 귀의하신 후 순교성화에만 온 힘을 쏟으셨던 부친의 뜻이 새롭게 자리매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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