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 함께 있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겠다/이정재 신부(주님 승천 대축일)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우리들은 주일 미사의 신경을 통하여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라는 신앙을 고백합니다. 변하지 않는 굳은 신앙을 더욱 큰 목소리로 고백하는 교회는 오늘 복음을 통하여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당신께서 명령한 모든 것을 세상 모든 민족들에게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사명을 부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승천하시어 제자들의 곁을 떠나시는 예수님께서 믿음이 부족하여 아직도 의심을 품고 있는 당신 제자들에게,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교회를 이끌어 갈 우리 모두에게 분명하게 약속하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 얼마나 행복하고 믿음 든든한 약속입니까? 이 약속은 분명 당신 몸의 지체인 우리 신앙인들이 언젠가는 당신과 영원히 함께 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하시기 위함입니다.
훈련소에 들어온 훈련병들이 처음 성당에 와서 고해성사를 청합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훈련병들이 성사를 보기 위해 신병교육대 공소 고해소 앞에서 길게 줄을 섭니다. 고해성사를 보는 훈련병들은 군대 오기 전에 부모님과 다른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마음을 아프게 하고 모질게 굴었던 자신의 모습에 마음이 아픈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군 생활을 막 시작하는 훈련병들은 이제야 비로소 자기를 사랑했던 부모님, 가족, 친구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까이 볼 수 없고, 당장 달려가서 안아드릴 수도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에 흘리는 눈물은 세상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자신이 만든 세상에서 하나뿐인 최고의 보석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그리스도의 인성이 하느님의 천상 영역으로 결정적으로 들어감을 의미한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이 가르침은 예수님께서는 분명 다시 오시지만 그때까지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으실 것임을 알려줍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는 예수님의 마지막 약속이 얼마나 가슴 벅찬 약속인지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님께 대한 죄송한 마음과 그 사랑을 알지 못했던 못난 아들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군에 온 훈련병들의 마음 아픈 모습처럼 언젠가 우리도 신앙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살아온 날들을 떠올리며 당장은 뵐 수도 없고, 달려가서 그분을 바라보며 품에 안길 수도 없지만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으신 예수님께 대한 감사함과 그 사랑에 목이 메어 눈물을 흘리게 될 것입니다. 그 눈물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받고 싶으신 세상에서 하나뿐인 최고의 보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어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그것은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우리들에게 알게 해 주신 더 큰 사랑이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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