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시조

아람문학 (2011년 봄호) 동시조부문 신인문학상

松竹/김철이 2011. 5. 17. 11:39

아람문학 (2011년 봄호) 동시조부문 신인문학상

 

 

봄비

                                - 松竹/김철이 - 


 

똑똑똑 누구세요 창문을 노크하던

시절의 첫 손님이 맨땅에 주저앉아

호미도

들지 않고서

새봄을 심는구나

 

어느새 봄이구나 꽃들의 환호성이

산과 들 계곡마다 물들듯 번지더니

단비를

받아먹고서

봄 뜰을 수놓는다.

 

강남 간 제비들도 봄맞이하고 파서

연미복 차려입고 호박씨 입에 물고

찾아온

금수강산에

축복을 내리더라 

 

......................................................................................................

 

 

시험지

 

                            - 松竹/김철이 -
 

 

호랑이 울 아빠가

눈앞에 아롱거려

 

받아든 시험지는

까맣게 물들고요

 

속 타는 내 마음은

새빨간 물이 들어요

 

......................................................................................................

 

 

구름

 

                        - 松竹/김철이 -

 

 

한걸음 걸어가면 두 걸음 앞서 간다

산마루 걸터앉아 날 오라 손짓하네

한순간

쉬어갈 공간

마련해 두었다고

 

하늘간 우리 엄마 시큼한 젖내음이

비가 되어 내리누나 울고 간 세월도

노을빛

신기루 되어

내 마음 울려놓네

 

그리운 엄마 모습 이제는 볼 수 없어

눈물이 강물 되어 언 볼을 다 적시네

눈보라

새하얀 춤이♪

내 볼을 후려친다. 

 

......................................................................................................

 

 

 

-심사평-

 

 시조는 4음보 가락을 지니는 우리의 전통 시가이다. 그런 까닭에 동시조 또한 이 가락에 충실해야 한다. 더불어 동시는 어린이의 시각과 정서를 바탕으로 시상을 밀고 나가야 한다.

 김철이 님의 동시조는 동시조가 요구하는 이런 점들을 착실하게 수용함으로써 격조가 있게 느껴진다. 동시조 시력(時歷)이 상당해 보인다.

 「봄비」는 축복처럼 내리는 봄비를 감각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데, '호미도/ 들지 않고서/ 새봄을 심는구나' 라는 부분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시험지」는 색깔에다가 화자의 감정을 투사 함으로써 재치가 넘친다. 발상도 어린이답다. 「구름」에서는 '엄마' 에 대한 그리움을 구름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노래하고 있다. 

 꾸준히 노력하여 대성하기 바란다. <이동백> 

 

 

-당선소감-  

                                                            

글 꾼으로서의 삶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살아야 할 삶이 있고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 주어진 한평생을 살면서 때로는 자신이 사는 삶이 본인이 살아야 할 몫인지에 대한 의구심([疑懼心)도 느낄 테고 또, 때로는 자신이 걸어가는 생의 길이 과연 본인이 전력투구하여 걸어가야 할 길인지에 대해 회의감(懷疑感)도 가질 것이다. 하여 중도에 자신의 삶과 자신의 길을 포기하고 큰 방에선 더 많이 먹을까 작은 방에선 더 많이 먹을까 하는 인간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여 인생의 진로를 바꾸곤 한다. 이로써 더 나은 삶을 추구(追求)하며 생의 최종 목적(目的)을 성취(成就)한 이도 많겠지만, 중도에 생의 진로를 바꿔 낯선 터전에서 낯선 생활 습성 탓에 적지 않은 시련과 고난을 겪는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문학도를 꿈꾸며 문학도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역시 청소년 시절 세상 최고의 문학도를 꿈꾸며 문학도의 길을 가고자 했을 때 성치 못한 몸으로 쉽지 않은 글쟁이 길을 걷고자 하던 아들자식의 생각을 돌려놓으려 급구 말류 하신 부모님, 갖은 설득에도 고집을 꺾지 않는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둔갑하셨던 부모님, 특히 당신을 닮아 어릴 적 글쓰기를 좋아하고 책읽기를 즐겼던 아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셨던 어머니, 고인이 되신 후에도 좋은 일, 기쁜 일이 생길 때마다 저승과 이승의 멀고 먼 길도 멀다 않고 달려와 축하의 말씀으로 따뜻하게 손잡아 주셨던 어머니,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밤 글 작업으로 늦게 잠자리에 들어 해가 중천에 솟을 때까지 늦잠자던 아들자식의 꿈길로 찾아오셔서 해맑은 표정으로 어떤 말씀을 주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점심나절 늘 맑고 예의 바른 권영금 발행인님의 축하 말씀과 아울러 신인작품상 당선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원했던 당선인데 왜 이다지 담담한 것일까 아마 공인의 딱지가 하나 더 늘게 된다는 부담도 감출 수 없을 테지. 기왕 내친김에 지치지 않는 적토마(赤兎馬)가 되어 나 자신에 거침없는 채찍질하며 문학도의 쉼없는 도리를 다할까 한다. 미흡한 작품을 신인작품상 당선작으로 선정해 주신 아람 문학 발행인님이신 권영금님과 심사위원 여러분과 아람 문학 관계자 여러분께 두루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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