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메이징 그레이스!/정지원 신부(부활 제4주일 · 성소주일)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분명 이 시대의 경고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시대의 문화는 도대체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우리 시대를, 그리고 우리의 삶을,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를 돌아보아야 하고 우리 시대가 가고 있는 방향이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가고 있는 길의 방향을 바꾸는 근본적인 회심이 일어나야 합니다. 우리가 이 사건을 경고로 받아들여 참으로 주님께 돌아선다면 그때서야 우리는 진정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노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콜로라도 땅은 원래 땅의 주인이었던(실상 땅은 하늘에 속한 것이지만) 인디언들이 하늘이 주신 자연을 찬미하며 아름다운 삶을 이루면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백인들이 함부로 총을 쏘아대면서 갈취하기 전까지는. 이미 백오십 년 전에 그 유명한 시애틀의 인디언 추장의 편지에서 백인들에게 했던 경고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대들은 어머니인 대지와 형제인 하늘을 / 양이나 빵이나 영롱한 구슬과 같은 / 사고팔고 빼앗을 수 있는 물건으로 대합니다. / 때문에 굶주린 이리들처럼 / 풍요로운 대지를 게걸스레 삼켜버리고 / 황무지만 남겨놓습니다. / 백인들은 마치 생존을 위해 / 자기의 꼬리를 잘라먹는 뱀과 같습니다. / 꼬리는 점점 작아질 것입니다. / 우리 삶의 방식은 그대들과는 다릅니다. / 우리는 그대들의 도시에서는 살지 못합니다. / 도시는 마치 대지의 표면에 박힌 수많은 검은 혹처럼 보입니다. / 그대들 백인의 도시의 모습이 우리의 눈을 아프게 합니다.
백인들의 도시에는 봄에 피어나는 잎새들이 살랑거리는 소리나 / 곤충들의 날갯짓 펄렁거리는 소리를 들을 만큼 조용한 곳이 없습니다. / 그대들의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항상 앞서 나가려고 합니다. / 소음들이 귀청을 뚫습니다. / 산새의 외로운 울음소리나 / 연못에서 개골거리는 / 개구리들의 합창을 들을 수 없다면 / 인간의 삶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인디언 추장은 땅을 팔라는 명목으로 빼앗아 가는 백인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그대들에게 땅을 판다면 / 그 땅에 한때 이곳에 살며 행복했었던 용감한 젊은이들과 / 따뜻한 가슴을 지닌 어머니들과 / 총명한 여인들과 귀여운 아이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삶을 살았던 인디언들의 행복을 빼앗은 소위 ‘건 칼츄어(총 문화)’가 오늘의 비극을 낳은 것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양의 우리인 학교에서 양이 이리로 변하여 양들과 목자들까지 무차별 공격을 퍼부은 이 사건을 우리는 강 건너 동네의 불구경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 시대의 우리 모두에게 주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의 참 목자는 누구이신가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참으로 바른 목자를 따라가고 있는가?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길에서 우리를 이끌며 따라오라고 부추기는 자가 누구인가를 솔직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착한 목자 주일이며 성소주일인 오늘 우리는 우리의 성소, 하느님이 우리를 먼저 인간으로 부르시는 그 의미를 생각해야 합니다. ‘성소’하면 우리는 먼저 사제 성소, 수도 성소를 생각합니다. 요즈음 결혼도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이라고 하여 결혼 성소라는 표현을 합니다. 물론 오늘 성소 주일은 수도자와 사제로 부르는 성소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날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제 성소, 수도자로서의 성소, 결혼 성소를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우리 모두가 인간이 되도록 성소를 받았다는 것을 상기 드리고 싶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갈라디아서에서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나기 전에 이미 은총으로 나를 택하셔서 불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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