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나가고, 양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조원행 신부(부활 제4주일 · 성소주일)
찬미 예수님! 성모님의 달 5월도 그 절반을 넘기고 있습니다. 가정을 비롯한 인간 공동체의 의미를 기리는 무수히 많은 날들이 밀집되어 있는 5월, 진정 아름다운 시기인가 봅니다. 1일의 노동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그리고 마지막 29일의 생명의 날까지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체험하고 만나게 되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날들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신원들은 단 한 가지 주님의 부르심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것이고, 그 성소 안에서 각기의 삶을 영위하게 되어 있음을 우리는 잘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봄에는 성소에 충실한 또 하나의 부류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지난 겨울의 그 무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내는 야생화들입니다. ‘이런 추위에 무슨 꽃들이 있겠어.’ 할때 이미 가냘픈 꽃대에 잎 하나, 꽃 하나를 달고 온 골짜기를 메우고 있는 너도 바람꽃을 시작으로, 하늘색을 닮은 현호색, 온 산을 노랗게 물들이는 피나물 등이 순서대로 자신들의 성소에 따라 충실히 피어나고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절대로 다른 꽃들과 싸우지 않고 자신의 때와 장소를 알고 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창조주의 음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잘 들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더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성소주일,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앞장 서 가시는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충실히 따라가면서 그분께로부터 생명을 얻어 넘치는 삶을 묵상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날인 것입니다.
물론 그 성소에는 무수히 많은 길이 있습니다. 하느님 창조에 적극 협조하는 결혼 성소와 예수님의 길에 적극 가담하기 위한 사제나 수도 성소는 물론이고, 공동체의 완성을 다양하게 지향하는 많은 직업군들, 신분들이 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하는 삶일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는 정식문을 통과하지 않고 다른 데로 넘어 들어간 낯선 목소리에 의지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봄의 야생화들이 서로 다투지 않고, 절제와 양보로 자신들의 때와 장소를 질서 있게 응답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도 그분의 목소리에 따라 자신의 때와 신분을 자각하고 공동선을 향해 매진할 때 우리는 아름다운 주님의 나라에서 넘치는 생명을 얻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특별히 그 목자의 길에 함께 하는 사제들과 성소자들을 위한 기도도 잊지 않는 성소주일이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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