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성경속 상징 21-귀- 하느님께 대한 적절한 응답

松竹/김철이 2011. 5. 11. 00:30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나이가 들면 왜 귀가 잘 들리지 않을까? 한의학에서는 귀가 신장 활동의 강약을 나타내는 곳이라고 한다. 노화에 따라 청력도 약해지는 까닭은 신장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포유동물은 외이ㆍ중이ㆍ내이 세 부분으로 구분된 청각기관인 귀를 가지고 있다. 소리를 분별하는 기관인 귀는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기능도 한다.
 성경에서 귀는 순종을 의미한다. 히브리 노예가 6년간 일하면 7년째에는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런데 만일 당사자인 노예가 6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주인 집에 머물기를 원한다면 주인은 그를 재판관에게 데려가서 노예의 귀를 문짝이나 문설주에 다가세우고 송곳으로 뚫는다. 그렇게 하면 그는 평생동안 노예 신분에 머물게 된다(탈출 21,6).
 사제를 임명하는 임직식에서 사제 직분을 맡은 사람의 오른쪽 귓불에 희생제물의 피를 바르기도 했다(레위 8,23).
 귀는 주변 소리나 정보를 잘 듣고 따르려는 정신적 자세, 즉 마음 준비를 상징하기도 했다. 그래서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얘기하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향하는 것이나 마음을 여는 것을 의미한다(잠언 4,20).
 귀는 인식하는 기관으로서 마음과 생각의 동의어로 나타난다(잠언 2,2). 듣는다는 것은 귀를 기울이고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께 대한 적절한 응답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가련한 이를 그 고통으로 구하시고 재앙으로 그 귀를 열어 주십니다"(욥 36,15). 마음의 눈이 있는 것처럼 마음의 귀도 존재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귀는 예민하다. "주님의 귀는 예민하셔서 모든 것을 다 들으시므로 불평을 속삭이기만 해도 그 귀에 다 들린다. 구원의 날이 오면 귀머거리의 귀가 열려 책 읽는 소리를 듣게 된다"(지혜 1,10).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은 종종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어라'고 말씀하셨다(마르 4,9).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이들은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따라간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요한 10,27). 그러나 목이 뻣뻣하고 마음과 귀에 할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성령을 거역한다(사도 7,51).
 예수님께서는 듣지 못하는 이를 고쳐주시기도 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마르 7,34). 과거 가톨릭 세례식에서는 사제가 "열려라"하고 말하면서 예비신자의 양쪽 귀를 만지는 예식이 있었다. 하느님의 말씀을 향해 마음의 귀를 연다는 의미다.
 듣는 것은 생명과 축복이요 듣지 않는 것은 심판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이는 영생을 얻고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는 이미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다"(요한 5,24).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적게 이야기하고 남의 말을 열심히 들으라는 뜻이다"는 격언이 있다. 생활 안에서 깊이 생각하며 실천해볼 일이다.

 

 

출처 : 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