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14) 성 루카 복음사가 ②

松竹/김철이 2011. 5. 11. 00:28

하느님께 받은 능력 주님과 합치로 승화시켜
초월적인 영적 차원에서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자신의 모든 것 기록하며 주님께 순명하는 삶 살아

 

 

 

세상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과 권력, 명예를 추구하는 삶의 행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세상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만남’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우리 삶은 모두 만남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와의 만남, 형제 자매와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이웃과의 만남, 학문과의 만남, 사상과 종교와의 만남 등 우리는 늘 만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만남이 나의 육체적, 정신적, 영적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성 루카의 만남을 살펴보자. 루카의 부모님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루카의 삶을 통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루카는 어린 시절부터 학업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분이다. 그래서 의사가 됐고, 저술 능력 또한 뛰어났다. 그의 부모는 루카의 이러한 지적 성취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삶의 모범으로 보여주었을 것이다. 성 루카의 이러한 지적 성취는 바오로 사도와의 만남을 통해 좀 더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성 루카는 바오로 사도를 2차 전도여행 중에 만났다. 당시 바오로 사도는 40대 중반, 루카는 30대 중반이었다. 바오로 사도와의 만남을 통해 루카의 삶은 일대 전환을 맞게 됐고, 이후 바오로 사도가 순교할 때까지 그의 옆에서 보좌했다. 루카는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다. 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바오로 사도를 평생 동안 따랐다는 것은 새로운 엄청난 가치를 깨닫고 그것에 심취했다는 의미다.

바오로 사도 순교 후 홀로 남게 된 루카는 그동안 자신이 듣고 배운 것, 기도를 통해 얻은 모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하느님의 섭리를 읽을 수 있다. 하느님은 루카 복음사가를 미리 지적으로 안배해 주셨고, 바오로 사도와의 만남을 통해 영적으로 성장(초형성)시키셨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모든 것들을 글로 기록해야 된다는 영감을 주셨다. 이것을 루카 복음사가는 하느님의 명으로 받들어 순명하는 삶을 살았다. 루카 복음사가의 내면을 볼 때 순명을 잘하고 순수하고 착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 열심이었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의사가 되었다. 그만큼 순수하게 자신의 내면을 잘 형성시켜 어른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정도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육신과 정신적 삶을 초월하는 초월적인 차원 영적인 차원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했다. 여기에는 물론 바오로 사도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의 영향이 컸다고 해도 루카 자신이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활동하신다. 하느님은 루카 복음사가에게 하셨던 것처럼 오늘날 나에게도 태어나기 전부터 어떠한 능력을 심어주셨다. 영적으로 당신을 따르고 선포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우리에게 심어 주셨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의 충족이나 지적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그 무엇을 심어 주셨다. 우리는 루카 복음사가처럼 그 능력을 일깨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하느님과의 합치가 중요하다.

루카 복음사가는 늘 하느님과 합치된 가운데 생활했다. 루카 복음사가는 사도행전을 기록했고, 복음서도 집필했고, 전교활동도 30년 가까이 수행했다. 이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능력을 하느님과의 합치 안에서 승화해 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의사인 그는 특히 연민의 마음이 가득했다. 의사로서 그는 상처를 입은 이들을 만났을 때 늘 연민의 마음을 느끼고, 아파했다. 늘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보듬어주면서 치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 개인적 차원의 연민은 사회적 차원에서 자비로 승화됐다.

그런데 이 합치와 연민, 자비는 루카에게 있어서 한 단계 더 나간다. 바로 겸손의 덕이다. 그는 좀 배웠다고 해서 잘난 척하지 않았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봉헌하고, 또 하느님의 뜻에 순명했다.

루카 복음사가는 이렇게 합치 연민 자비 겸손의 성향을 늘 간직하면서 끝까지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하느님 나라 건설의 초석을 놓기 위해 노력하신 분이다. 다시 한번 루카에 의해 드러나는 이 아름다운 초월적 성향, 영적 성향들을 떠올려 본다.

합치, 연민, 자비, 겸손….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엘리사벳·선교사

 

 

출처: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