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시집

종이배/꾼 중에서

松竹/김철이 2011. 4. 8. 14:32

종이배

 

                       - 松竹/김철이 -



밤에 잠겨 곤히 자던 작은 강 언덕 기슭
이 세상 지어내신 이 끈도 없는 두레박질로
천천히 어둠을 걷어올린다

밤새 잘 잤냐는 인사라도 하는 것이겠지
강둑 언저리 소복이 피어 손짓하는 시계꽃 행열
한없이 흐르는 물따라 흐르지 않으려 혼신을 다하는
송사리떼 작은 헤엄에 아침인사를 한다

물도 없는 푸른 늪 사이로
변화무상하게 그 모습 바꾸며
높은 하늘을 지배하는 흰 구름 먹구름,
부러워 우는 잡새들 가슴속 포근히 감싸 안는다

출발지도 도착지도 알 수 없는 종이배는
사공도 없이 젓는 노도 없이
세상 역사 다 싣고 가는 듯 그저,
묵묵히 흘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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