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빛 향기
- 松竹/김철이 -
까만 밤은 몇 순간을 위해 깊은 잠을 자고
이 짙은 밤을 깨우려
연한 잉크빛 나팔꽃 여린 꽃잎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하루의 역사를 천천히 걷어 젖힌다
까만 하룻밤의 역사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시커먼 시치미를 떼고
하얀 하루 낮의 일기는
뒤로 밀려나 울고 말 하루 역사를 앞으로 당기려 애태운다
이 좁은 하루의 창 넓게 넓혀
더 낳은 인생을 살려
풋풋한 풀내음 나는 순간을 풀어
저 넓은 세상 품안 가득 날려 보낸다
일도 많고 말도 많은 세상사이지만
나름대로 본래의 향기를 내려 애쓰는 향기 중에
그리 화려하지도 곱지도 않은
연한 잉크빛 향으로 피려 한 잔의 차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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