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무리 ★
- 松竹 / 김철이 -
이미 의무를 다한 하루의 해는
별 의미 없이 세월의 역사 속으로 접어들 채비를 하고
한밤의 음유시인 소쩍새 슬픈 울음은
연한 먹물빛 오선지위에 하룻밤의 풍경을 적으려 한다.
지루하게도 종일 대낮을 일하던
불빛 햇살과 임무 교대를 준비하는 달은
해 저문 동산에 조용히 걸터앉아
노을빛 색실로 밤의 사연을 꼬아낸다.
늘 같은 곡조 같은 가사로 노래하는
부엉이 밤의 소야곡 별 많은 하늘을 뒤덮어 내리고
자다 깬 밤안개는
곡명을 알 수 없는 음률을 고이 안아 재운다.
밤하늘 자유로이 떠도는 달을 닮고 팠나
눈에도 잘 띄지 않는 신기루처럼
둥근 모습 희미하게 달을 맴도는 달무리
색깔도 희미하게 하루의 밤하늘을 수놓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