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 - 松竹 / 김철이 팔도강산 유람 못한 한이라도 맺힌 것일까… 다섯 쌍 열 개의 발로 뛰고 걷다가 찻길조차 끊겨버린 울릉도 앞바다 도달하여 검푸른 파도 위에 연습 없이 뛰어든다. 칼날처럼 서설도 시퍼런 파도에 부닥친 탓인가 삼각형 몸도 제 빠르게 온 바다 휘젓다가 물결 위에 실려가는 뱃전에 홀로 앉아 높은 하늘 흘러가는 구름조각 구경하다 황홀경에 빠졌는가 왕눈 살며시 감는다. 하늘과 바다 사이 천적인가 ≪자산어보≫에는 남월지(南越志)에 이르기를 그 식성 하늘 나는 까마귀 즐겨 먹어 진종일 물 위 죽은 척 떠다니다 오징어 흰 속살 탐내는 까마귀 바다로 불러 내린다. 속셈도 모르는 까마귀 검은 속마음 오징어 죽은 줄 오인하여 물 위로 내려와 부리로 쪼으니 교활한 오징어 유연한 몸놀림도 잽싸게 열 개의 발로 까마귀 감싸 안고 물속으로 잠수하여 털도 뽑지 않고 먹으니 그 이름도 무서운 오적(烏賊)이라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