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특집] 이웃 교구로 떠나는 여름 여행 (1) 춘천교구-관광명소 | |
바람처럼 가볍게 떠나볼까? | |
'바쁘다', '모른다'는 핑계로 날마다 우리는 선을 긋는다. '너'와 '나', '내 것'과 '네 것', 쉴 새 없이 그어지는 경계선 속에 우리는 고립돼 왔다. 그렇게 '나'만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바쁘게 1년을 달려왔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수많은 경계선을 넘어 '우리'를 향해 떠나보면 어떨까. 산과 숲과 바다와 함께 우리 곁에서 호흡해온 이웃 교구로 여행을 떠나보자. 산을 넘어도, 강을 건너도, 바다를 건너도, 그곳엔 우리와 함께 하느님 뜻을 따르는 이웃이 있다. 7월 한달간 춘천교구·제주교구·안동교구로 떠나는 여름여행을 제안한다. 지금 출발한다.
지도를 폈다.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과 중앙고속도로 덕에 강원도가 한결 가까워졌다. 강원도를 한가운데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눈에 띈다. 44번 국도. 홍천에서 시작해 손가락을 짚어 따라가 보니 설악산 한계령을 지나 양양. 동해바다에 닿는다. 물 반 사람 반 해수욕보다 한적한 계곡이 좋을 듯하다. 올여름에는 설악으로 가자. 길을 나섰다. 남설악 주전골 동으로 방향을 잡았다. 화양강과 소양호의 모습을 차창으로 흘려보내며 달리니 어느새 한계령. 잔뜩 흐린 날씨 탓에 설악의 기암괴석은 제 모습을 감췄지만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어느새 발은 구름 위에 떠 있다.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계령휴게소에서는 때맞춰 가수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이 흘러나온다. 가사를 좇아 고개를 내려간다.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약수터매표소를 지나 남설악 점봉산 계곡 '주전골'에 발을 디딘다. 승려를 가장한 도적떼가 위조주전을 만든 골짜기라 해서 혹은 용소폭포 아래 바위가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 주전이라 이름 지어졌다는 설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옹기종기 계곡가에 모인 사람들이 오색약수를 뜨는 모습을 지나니 '주전골 자연관찰로' 푯말이 나온다. 용소폭포까지는 3.2km. 길이 넓고 가파르지 않아 가족이 함께 트레킹하기 좋다. 대청봉까지 오를 마음은 아니니 박새며 노랑할미새의 지저귐, 설악 만물상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 소리, 졸졸 냇물 소리를 귀에 담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절경이다. 기암괴석들이 하늘로 치솟은 풍경에 감탄하다가는 발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의 청명함을 놓치기 쉽다. 너럭바위 옆 수정처럼 맑은 웅덩이는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선녀탕. 선녀탕 안 산천어의 노니는 모습을 보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기저기 자리를 깔고 앉아 풍경을 눈에 담아 간직하는 등산객들 모습이 평온하다. 송골송골 맺힌 땀이 금세 사라진다. 골짜기로 깊이 들어갈수록 한기가 느껴진다. 물푸레나무, 쪽동백나무, 아름드리 소나무가 여름 햇볕을 고스란히 받아준 덕분이다. 바위 사이를 지나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을 간직한 금강문을 비껴 지나니 멀리서 폭포 소리가 들려온다. 용소폭포다. 천년을 살던 이무기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승천하지 못한 채 바위와 폭포가 됐단다. 7m 높이의 폭포는 그리 크지 않지만 물소리만큼은 꽉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옥빛 용소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주전골 자연관찰로는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의 풍경이 사뭇 달라 더욱 매력적이다. 용소를 향해 오르는데 바빠 무심코 지나쳤던 아름다운 산하가 내려오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한다. 발이 시리도록 찬 계곡물에 지친 발을 담그고 마시는 오색약수의 독특한 맛이 아직 입안에 진하게 남아있다. ■ 여행 Tip 설악산국립공원 홈페이지(http://seorak.knps.or.kr)에는 반나절, 1박, 2박 등산코스와 자연관찰로, 교통편 등이 자세히 안내돼 있다. 자연휴식년제로 통제된 구간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출발해야 한다. 주전골 근처에는 성당이나 공소가 없다. 동해바다도 볼 겸 양양으로 나가 설악동성당(033-636-7624) 또는 양양성당(033-671-8911)에 들르는 것도 좋다. 두 성당 모두 승용차로 1시간 이내 거리. ◆ 춘천교구 내 관광명소 ■ 춘천호·춘천댐 (강원도 춘천시 서면 오월리) 북한강 상류 춘천댐은 주변의 경치가 아름답고 교통이 편리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 의암호를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가족단위의 관광객에게는 낚시가 제격. 댐 주변에 형성된 매운탕 골은 정평이 나있다. 춘천댐 계곡과 삿갓봉, 수려한 자연환경과 조용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집다리골 휴양림 등도 둘러볼만하다. ■ 남이섬(www.namisum.com)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섬이 된 곳. 조선 세조 때 장군 남이의 묘가 있다. 섬으로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 남이섬에서 눈길을 잡는 건 잔디밭과 포플러길. 곧게 뻗은 포플러길은 드라마'겨울연가'의 배경이기도 했다. 섬에는 식물원과 동물원, 꼬마기차, 아트센터, 수영장, 보트장 등 시설도 있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섬을 돌아볼 수도 있다. ■ 화진포해수욕장(033-680-3352,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완만한 백사장과 맑은 바닷물, 얕은 수심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 철새와 해당화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김일성 별장과 이 지역 수복 후 건립된 이승만 대통령 별장이 있다. 속초시내에서 승용차로 50분. ■ 낙산사(www.naksansa.or.kr) 영동지방을 대표하는 사찰. 규모면에서도 가장 크지만 바로 옆에 낙산해수욕장이 있어 계절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해수관음상과 일출명소 의상대, 바다의 바위틈을 내려다볼 수 있는 홍련암이 대표적인 볼거리. ◆ 찾아가는 길 ■ 자가운전 춘천JC - 동홍천IC - 인제(44번 국도) - 양양 방향(44번 국도) - 한계령(44번 국도) - 한계령휴게소 지나 우측 매표소 - 오색약수 종합주차장 ■ 대중교통 · 동서울→속초, 양양행 버스(한계령 경유)로 오색까지 이동 · 대전, 대구, 광주 → 속초, 양양행 - 오색행 시외버스 이용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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