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조가비
- 松竹/김철이 -
온 팔월
녹음이 큰 대지위에 녹아내리는
태양의 광열한 성화 속에
광활한 지평선 바라보며
새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주인 잃은 빈 초롱
세상 때 묻은 세파 따라 덧
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몇 점 물살 위에
고귀한 선인이라도 된 듯 가슴 열어놓고
만인이 오가는 백사장 한 켠에 자리를 펴는
새하얀 껍데기
밀려드는 물살에 씻기에 알몸이 드러나도
불어오는 바람에 날리어 알몸이 굴러가도 그
저 묵묵히 세상 저편에 눈길 돌려놓고
집 나간 주인 품 안에 안을 날을 기원하는
가엾은 조가비
무수한 인파 숲 사이 찾는 이 드문
세상 한 켠에 외로운 삶 속에서도
가끔씩 찾아와 품에 안고 기뻐하는 이 있기에
수많은 날들처럼 울 날이 많아도 결코 슬퍼하지 않는
새하얀 조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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