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달구지

松竹/김철이 2010. 6. 22. 11:52

○ 달구지 ○ - 松竹 /김철이 - 욕심 많은 양귀비 붉은 꽃잎은 꽃잎에 맺힌 이슬 줄지어 세워놓고 밝으래 떠오르는 햇살 벗을 삼아 총칼도 없이 어두운 밤을 천천히 물리칠 쯤 하는 일 없이 괜히 마음만 바쁜 외양간 황소는 식사도 채 다하지 못한 듯 온 종일 느린 동작으로 되새김질 하고 눈치도 없는 주인은 생각할 여유 없이 고삐를 잡아끈다 논밭 갈던 농심은 피로할 땐 쉬기나 하련만 지치지도 않는 누렁이 거센 뒤켠에서 감정도 없이 녹색의 논밭을 누빈다 때로는 거세고 우직한 누렁이 뒷발에 채이고 또 때로는 개구쟁이 녀석들 업어 주다가 해 질 녘 진종일 피곤함도 잊은 채 서산에 물드는 고운빛 노을따라 외로운 동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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