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지
- 松竹 /김철이 -
욕심 많은 양귀비 붉은 꽃잎은
꽃잎에 맺힌 이슬 줄지어 세워놓고
밝으래 떠오르는 햇살 벗을 삼아
총칼도 없이 어두운 밤을 천천히 물리칠 쯤
하는 일 없이 괜히 마음만 바쁜 외양간 황소는
식사도 채 다하지 못한 듯
온 종일 느린 동작으로 되새김질 하고
눈치도 없는 주인은 생각할 여유 없이 고삐를 잡아끈다
논밭 갈던 농심은
피로할 땐 쉬기나 하련만
지치지도 않는 누렁이 거센 뒤켠에서
감정도 없이 녹색의 논밭을 누빈다
때로는 거세고 우직한 누렁이 뒷발에 채이고
또 때로는 개구쟁이 녀석들 업어 주다가
해 질 녘 진종일 피곤함도 잊은 채
서산에 물드는 고운빛 노을따라 외로운 동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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