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甘草甘溫和諸藥 生能瀉火灸溫作" (감초는 미감하고 성온하다. 모든 약을 조화시키며, 생 것은 화(火)를 사하게 하고 구운 것은 온화하게 한다).
황도연이 쓴 <방약합편>에서는 감초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감초는 생 것으로서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열처리한 후, 모든 처방에 독성을 푸는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어떤 일에나 빠지지 않고 한몫 끼는 사람을 칭하는 `약방의 감초'라는 말처럼 감초는 한약 조제에 있어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약재이다.
감초는 두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기원전 300년께 그리스에서 약용으로 쓴 기록이 있으며 중국에서는 최소한 4000년 전에 사용하였다고 한다.
나라에서는 세종 때 처음 재배를 시도하여 50여 년의 시험재배 끝에 성공하였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소비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초는 만주산, 시베리아산, 에스파냐산 등이 있는데 18세기께 영국에서 과자제조에, 150년 전부터는 담배와 맥주 생산에 사용된 유럽의 감초는 중국의 감초와 달리 약제보다는 감미제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초 추출물은 글리시리직 산, 글리시리헤티민 산, 리퀴리틴, 이솔리퀴리틴 등의 정류된 성분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천연 항생제의 역할을 하여 땀띠나 여드름에도 효과가 좋고 염증을 진정시키는 소염작용이 있다.
감초 특유의 노란색을 나타내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전립선암과 유방암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 성분은 일부 과일이나 야채에도 함유되어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감초에 함유된 것만이 그 효과를 발휘한다.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과학잡지 Cancer Letter와 J. Agricultural Food and Chemistry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중국 감초는 유럽의 감초와는 달리 물을 끓여 우려낼 때 나오는 물 추출물보다는 에탄올, 헥산, 클로로포름, 메탄올, 에틸아세테이트 등을 이용한 유기용매 추출물에 유방암 항암작용을 하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감초는 생것으로 먹는 것보다 유기용매를 사용하여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우리나라 여성의 암 발생 증가율 1위인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감초에서 암을 억제하는 성분은 주로 플라보노이드라고 많이 연구되었는데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실에서는 비플라보노이드계인 칼콘 성분 또한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냈다.
칼콘은 벤잘아세토페논의 황색 색소군으로 열을 가해도 손상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며, 발암촉진물질을 손상시켜 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시킨다.
칼콘은 에탄올 추출물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여기서 나온 칼콘이 효능도 좋은 것으로 생각된다.
또 에탄올 추출물 칼콘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과 유사한 식물성 화합물이어서 유방암 세포를 골라 사멸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유방암 발생 등의 부작용없이 골다공증 등 갱년기 여성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에도 사용될 수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발암인자를 연구해보면 유전적인 요인은 일부이고 흡연, 방사선, 자외선, 알코올, 호르몬 등 환경적인 요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식품도 암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환경적 요인의 하나여서 식생활을 조금만 개선해도 암은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유럽 사람이 감초를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약방의 감초의 역할을 식탁에서의 감초로 확대시킨다면 우리의 건강을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암 극복에 전망을 밝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건강에 좋다고 한 식품을 지나치게 다량 섭취하는 것은 금물이다.
감초 또한 과량 섭취시에는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강경선 교수 = 서울대학교 수의과학대학) (끝) (부산=연합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