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밤(2) ◎
- 松竹 / 김철이 -
북창 틈사이
으스레한 달빛은 희미하게 스며들어
생각이 많은 어느 이 마음의 벗이라도 되려는 듯
곁에 다소곳이 앉아 졸고 있다.
외로워 손이라도 내밀면 닿을 듯
사랑하는 이 곁에 앉아 온갖 시중 다 들건만
마음 한 켠 비어 휭하니 바람이 일고
쓸쓸한 심정 헤아려 주는 노래가 운다.
하루를 마감하려 이부자리 채비를 하는
아내의 손길은 따뜻하기만 한데
몰래 숨어든 몇 마리 모기의 짓궂은 성화는
저무는 한 계절을 음미하는 시인의 심사를 심히 어지럽힌다.
집안 어디선가 정겨운 노래로 구슬피 불러줄
가을의 단골손님 귀뚜라미 가사 없는 노래는
다급해진 시인의 마음을 한결 온유하게 감싸고
흐르는 곡조 따라 가을밤은 역사 속 하루의 품속으로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