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밤(1) ◎
- 松竹 / 김철이 -
온갖 시련과 역경 속에
온 정성 다 바쳐
한 해의 가을을 기원하던 소망이
사각거리는 갈대숲 언저리에 조용히 무르익어 간다.
어느 어여쁜 여인의 화신인가
단풍잎 고운 빛깔 창 너머로
뜨거운 가슴 열어 피다. 지다 반복하며
큰 노을빛 무지개로 또다시 곱게 물이 든다.
동면을 준비하는 철새의 분주한 몸짓에서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해 보는
대자연의 자비에 절로 머리를 조아리며
세상 진리에 따라 분명 한 해의 가을은 저물어 간다.
밤톨 익어 땅 위 구르는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
우수수 행렬 지어 한 해 가을의 낙엽으로 떨어지며
점차 비어가는 나뭇가지 표정에서
한 해의 가을밤은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