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 건강

“부모님댁 냉장고 텅텅? 노인성 치매 의심하라”

松竹/김철이 2008. 6. 30. 03:29
“부모님댁 냉장고 텅텅? 노인성 치매 의심하라”
프랑스 알츠하이머병 연구재단 발표
 
“노부모 집에 가면 냉장고부터 살펴라. 냉장고가 비어 있다면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노인성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은 대개의 경우 이상한 행동이 나타난 뒤에야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이미 병이 상당 기간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프랑스 국립 알츠하이머 연구재단이 밝혔다. 이 재단은 노인의 집에 있는 냉장고가 알츠하이머병을 가장 먼저 알리는 경보장치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신문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연구재단이 프랑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환자의 절반은 초기부터 식욕이 감퇴되거나 배고픔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식재료를 사지 않고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노인들만 사는 가정의 냉장고가 비어 있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 많은 경우 또는 떠먹는 요구르트 제품만 가득하다면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재단 측은 밝혔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30∼40%는 식욕 저하 등으로 인해 심각한 체중 감소가 나타난다. 근육량이 크게 줄고 머리가 빠지면서 면역력도 떨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발병 초기에 식욕 감퇴로 식사를 하지 않아 마르기 시작하면 정상 체중으로 되돌아오기가 매우 힘들다. 이때부터는 전문 영양사 등의 도움을 받아 균형 있는 영양 공급을 해야 한다.

연구재단의 올리비에 드 라두세트 박사는 “알츠하이머병은 발병하면 매우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치매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감추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식사하셨느냐’고 물을 게 아니라 실제 식사량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알츠하이머병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5년간 16억 유로(약 2조5600억원)를 투입해 연구재단을 설립하고 가정 간병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 프랑스에는 86만 명이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새로 발병하는 건수도 매년 22만5000여 건에 달한다.

파리=전진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