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시집

뜸부기 (꾼 중에서)

松竹/김철이 2008. 6. 27. 00:10
뜸부기 
                             - 松竹 / 김철이

언제부터인가 기억속 한 귀퉁이
무척이나 아름다움으로 살아 숨쉬는
새하얀 깃털의 소유자를 찾아서
이미 세월속 저 켠에 잠자는 이들 하나씩 깨워
몇 십 년 옛날로 달아난다

어쩌다 순박한 농심들의 천적이 되었는지
우리 어머니 날 업어 논둑 거닐며 부르던 노래 속에도
우리 아버지 날 안아 강둑 노닐다 흘리던 눈물 속에도
한 마리 고운 새 되어
연한 살빛 꼬리를 흔든다

어느 부모보다 자식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우리 부모,
후세를 위해 헌신적 희생을 하는
말 못하는 한 마리 새의 날갯짓 교훈을 삼아
철부지 아들의 귓전에 한없이 속삭인다

내일쯤이면
뜸부기 고운 노랫소리 논에서 들을 수 있을텐데
우리 부모 노랫소리 어디에서 들을까…
차라리 생각 옅은 새의 기억이 되어
푸른 벼 출렁이는 칠월의 논두렁 숨차게 달려간다

'개인♡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팔꽃 (꾼 중에서)  (0) 2008.06.29
앵두 (꾼 중에서)  (0) 2008.06.28
부들 (꾼 중에서)  (0) 2008.06.26
초원 (꾼 중에서)  (0) 2008.06.25
여치 (꾼 중에서)  (0) 2008.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