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다

부산 대변항 멸치기행

松竹/김철이 2008. 5. 19. 20:21
은빛 비늘 넘실 ~ "만선이오"

국내생산 60%이상… '봄멸'수확 시즌 맞아
어른손가락보다 굵고 길고 기름 올라 제맛
회 쳐 먹고… 구워 먹고… 멸치찌개도 '일품'



 이즈음 맛볼 수 있는별미로 멸치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남동해안, 그중에서도 부산광역시 기장 앞바다에서는 요즘 멸치잡이가 한창이다. 대변항 소속12척의 멸치잡이배가 선단을 이루어 싱싱한 봄멸치를 건져 올리느라 분주하다. 포구주변 곳곳에는 멸치 맛집도 즐비하다. 파닥파닥 은빛비늘 반짝이는 싱싱한 대멸은 부드럽고 고소한 게 횟감으로도 그만이며, 시래기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내는 찌개는 밥반찬은 물론 한 잔의소주를 그립게 한다. 연탄불에 올려놓고 바싹 구워낸 구이 또한 겨울 양미리 못지않다. 부산역에서 버스로 1시간 남짓. 이른 아침서울서 KTX를 타면 점심엔 풍성한 포구의 정취 속에 멸치의 부드러운 속살을 접할 수 있어 당일 별미기행으로도 거뜬하다.


◇ 이즈음 대변 앞바다에는 멸치조업이 한창이다. 2km가넘는 유자망을 멸치떼 이동 통로에 놓아 싱싱한 봄멸치를 잡아 올린다.
 멸치잡이 전진 기지가 있는 기장군 대변항은 말이 부산광역시지 대도시의 느낌이 들지 않는 동해의 아담한 포구이다. 마을 사람들의 멸치후릿 그물당기는 모습을 곧잘 묘사한 오영수의 단편소설 '갯마을'의 배경도 바로 지척이다. 이즈음 대변항을 찾으면 온통 생멸치로 넘쳐 난다. 포구 주변난전은 물론, 횟집, 건어물전에도 멸치가 지천이다. 국내 멸치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대변항이 봄멸치 어획 시즌을 맞았기 때문이다.

 멸치는 흔히 잡히는 시기에 따라 봄멸치와 가을멸치로 나뉜다. 봄철인 4~6월 산란을 위해 기장 인근 앞바다를 찾는 봄멸은 지방질과 타우린이풍부한데다 육질도 연해 회, 구이, 찌개, 젓갈용으로 안성맞춤이다.

 매일 아침 5시, 동틀 무렵 대변항은 분주해진다. 대변항 선적 20~30톤급 멸치잡이 배 12척이 조업에 나서는 시간이다. 목적지는 대변항10마일(16km) 해상. 이 즈음 멸치 떼는 부산~울산 앞바다에 출몰한다. 이른 아침 출항하면 보통 점심 무렵 만선이 되어 돌아오는데, 어로작업에 차질을 빚는 날이면 오후 서너 시를 훌쩍 넘길 때도 있다. 일단 멸치 떼만 찾으면 조업의 절반은 끝난 셈이다. 길이 2km의 유자망을쳐서 멸치 떼의 이동 통로를 차단한 뒤 어군탐지기로 포획 상황을 살펴 그물을 감아올린다. 올 멸치 작황은 예년만 못하다. 아직 차가운 수온때문이다. 따라서 조업 시기도 더 늦춰질 전망이다. 만선으로 귀항한 멸치잡이 배의 그물 터는 작업은 이색 볼거리가 된다. 대변항 부두에 정박한채 유자망에 걸린 멸치를 털어내는 과정은 장엄하다 못해 숙연한 마음이 앞선다. 일정한 운율에 맞춰 억센 손아귀로 그물을 잡아 터는 어부들의재빠른 손놀림에 멸치와 멸치 비늘이 허공으로 튀고, 어부들의 땀방울도 함께 솟아오른다. 포구엔 어느덧 비린내 대신 땀 내음이 가득 찬다. 이처럼고단한 멸치털이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멸치 한 마리, 살 한 점을 결코 가볍게 대할 수 없음을 되 뇌이게 된다.

 대변항 선적 멸치잡이배들은 하루 평균 5톤씩 60톤의 멸치를 잡아들인다. 더 많이 잡을 수도 있지만 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규제하고있다. 요즘 소비자가는 20kg생물이 3만~4만원선. 최용학 대변 어촌계장(51)은 "요즘처럼 먹을거리로 시끄러운 시절 우리 어민들이 땀 흘려건져 올린 싱싱한 멸치는 맛좋은 건강식"이라며 "한 여름이 오기 전에 멸치 맛 보러 대변항을 찾아 달라"고 말했다.


고래고기보다 맛있다!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말이 봄멸치에 딱 어울릴 성 싶다. 멸치는 결코 보잘 것 없는 멸어(蔑魚)가 아니다. 요즘 대변항에서 맛볼 수있는 싱싱한 멸치는 어른 손가락보다 굵고 길다. 때문에 팽이버섯 만한 잔멸치만 떠올렸다가 막상 갓 잡은 대멸을 보면 '제법이네!' 하는 감탄사와함께 멸치도 어엿한 생선임을 인정하게 된다. 봄멸치는 살이 부드럽고 기름이 오른 까닭에 가장 맛이 좋아 예로부터 진상품 중 하나였다.


살살 녹는 멸치회



◇ 멸치회
 유자망으로 잡은 대멸은 거친 조류를 따라 이동하는 관계로 운동량이 많다. 때문에 단련된 육질에 지방도 적당해 횟감으로 그만이다. 어른 중지손가락 보다 더 큰 대멸은 주로 뼈만 발라내고 그냥 회로 먹거나 무쳐 먹는다. 특히 미나리와 양배추, 깻잎, 당근, 상추 등을 넣고 매콤한초고추장에 무쳐 먹는 맛이 일품이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곧잘 어울릴 멸치회는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멸치를 회로 먹기위해서는 멸치 비늘을 털어야 하고, 머리와 지느러미를 떼고, 내장을 꺼내고, 뼈를 발라내야 한다. 특히 멸치 살이 부드럽다 보니 자칫 멸치회가뭉개져 버릴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때문에 멸치 20kg짜리 한 상자를 숙련된 아주머니가 손질하는데 2시간 남짓 걸린다.

 손질 해둔 멸치회는 하얀 육질에 불그스름한 기운이 있는가 하면 등 푸른 생선에서 나타나는 갈색의 육질이 띠처럼 이어진다. 작지만 먹음직스럽다.맛 또한 일품이다. 부드러운 듯 고소한 게 한두 번 우물거리면 혀끝에서 사라지고 만다. 비린내 대신 고소한 고등어의 맛도 살짝 느껴진다. 기장사람들은 멸치를 기장생미역에 싸먹어야 제 맛이라고들 한다.


속살까지 부드러운 멸치찌개



◇ 멸치구이 ◇ 멸치찌개
 흔히들 멸치를 국물 우려내는 데 쓰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멸치도 어엿한 찌개감이다. 된장을 푼물에 시래기를 깔고 생멸치를 넣어 매콤하게끓여낸 멸치찌개는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멸치찌개는 민물 잡어탕이나 꽁치찌개와는 또다른 깊은 맛이 있다. 이 또한 조리과정이 간단치는않다.

 무, 다시마, 멸치를 넣고 미리 만들어 둔 육수에 된장을 풀고 시래기를 깐 다음 한소끔 끓여낸다. 이후 생멸치를 얹고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보글보글 끓여내면 감칠맛 나는 멸치찌개가 완성된다.

 얼큰한 국물맛 이상으로 멸치의 부드러운 육질도 기대 이상의 맛이다. 때론 뼈째 입에 들어오면 씹는 맛도 있어 괜찮다. 멸치찌개의 압권은 시래기.찌개의 모든 맛이 한데 스며든 맛 덩어리로 최고의 밥반찬이 된다.

 포구 곳곳에는 멸치 굽는 냄새가 진동 한다. 연탄불에 올려놓은 싱싱한 멸치는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그 맛이 양미리나 꽁치에 비할 바아니다.


여행메모

 ◆가는 길

 ▶무궁화호 열차=서울역(오후 10시40분 출발~기장역 오전 5시29분 도착), 청량리역(오후 9시 출발~기장역 오전 5시4분도착)

 ▶KTX=서울역(첫 차 오전 5시25분 출발~부산역 오전 8시28분 도착 / 막차 오후 10시 출발~부산역 오전 0시52분 도착),부산역(막차 오후 9시30분 출발~서울역 0시24분 도착) 평균 10~25분 간격 배차

 ◇부산역~기장
=(버스)부산역 앞에서 좌석 1003번 이용, 7분 간격 배차, 1시간 소요, (지하철)노포동 방면 1호선 동래역에서하차, 대동병원 맞은편 일반 183번 이용/ 노포동 방면 1호선 서면역에서 하차, 해운대 방면 2호선 환승 후 해운대역 맞은편에서 하차.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원동 IC~벡스코 사거리~송정방향 좌회전~송정터널~시랑리~대변항/ 경부고속도로 번영로~석대 IC 기장방면(14번국도)~기장(15㎞), 서울서 4시간30분 소요.

 ▶항공
=◇김해공항~기장(공항 리무진 해운대 하차 45분 소요, 좌석버스 해운대해수욕장 입구 1003번, 일반버스 해운대역 맞은편 39,181번)


맛집 & 볼거리



◇ 갓 잡은 생멸치
 ◆맛집

 대변항에는 멸치횟집들이 즐비하다. 대변항 수협공판장 인근 수현활어횟집이 토박이들 사이 맛집으로 통한다. 멸치 회무침(2만~3만원, 2~4인기준).멸치찌개(2만원, 3~4인분). 멸치회와 찌개 전국 택배도 가능하다. 회(4인기준 3만원), 찌개 (4인기준 2만원). (051)721-8888대변항에서 맛볼 수 있는 소금구이는 1만원, 포구에서는 젓갈(5000~6만원)과 생멸치, 기장미역 등도 구입할 수 있다.



◇ 해동용궁사
 ◆그 밖의 볼거리

 부산서 대변을 찾는 길은 절경이 이어진다. 달맞이 고개를 넘어서 만나는 7번 해안관광도로 주변에는 청사포, 송정해변, 대변항까지 한적한 포구의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국내 대표적 임해사찰이자 기도처로도 유명한 해동용궁사가 대변항 지척이다.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우리나라 관음성지의 한 곳이다.


부산시티투어 당일 기차여행

 ◆여행상품=청송여행사는 부산시티투어 기차여행(당일) 상품을 출시했다. '서울역~부산역~기장 해동용궁사~해운대~동백섬~자갈치시장~부산역~서울역'의일정으로 어른 7만7000~7만9000원(어린이 7만원)에 왕복 열차비, 현지교통비, 입장료, 여행자보험, 안내비가 포함돼 있다. 매일 출발.1577-7788

 < 대변항(기장)=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scblog.chosun.com/kimtrave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