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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선유도에서 만끽하는 자전거 하이킹

松竹/김철이 2008. 5. 17. 16:15

아름다운 선유도에서 만끽하는 자전거 하이킹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05.17 12:35


[[오마이뉴스 문일식 기자]

▲ 선유도의 명사십리 해변에서... 자전거 하이킹이 가장 큰 매력인 선유도
ⓒ 문일식
'옛 군산'이란 뜻의 고군산군도
집에서 군산까지의 거리는 200km 남짓, 넉넉하게 세 시간 정도면 경기도와 충청남도를 지나 금강을 건너 바로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군산IC로 내려와 금강하구 끝자락에 위치한 군산지방산업단지를 지납니다.

육지의 끝자락을 환하게 비추는 조명과 거대한 플랜트와 공장들, 그리고 그곳에서 품어나오는 현란한 기계음들이 고요한 새벽을 활개치고 있습니다.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4시, 선유도로 향하는 7시 반 첫 여객선을 타기 전까지 2시간 남짓 되는 취침의 시간이 불편한 잠자리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이 느껴집니다.

이른 아침, 밤새 내려온 피곤함이 어깨를 짓누르고, 눈꺼풀은 무겁기만 합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눅눅하게 퍼져 있고, 간간히 구름사이를 헤집고, 약한 햇살이 내리 쬡니다. 선유도로 향하는 쾌속여객선, 선장의 출발 안내방송과 함께 미끄러지 듯 빠져나가고, 부드럽고 빠른 속도로 바다 위를 달리는 동안 푹신한 좌석에 파묻혀 또다시 선유도에서의 시간을 꿈꿉니다.

고군산군도. 군산항에서 남서쪽으로 망망대해를 지나 50여km 떨어져 있는 해상에는 선유도를 포함하여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 신시도 등 63개의 섬이 바다 위로 불뚝 솟아 있습니다. 고려시대 때 수군진영이 있어 군산진이라 불렀고, 조선 세종때 수군진영이 내육으로 옮겨지면서 지명까지도 옮겨지고, 섬들에는 '옛 군산'이란 뜻으로 옛 고(古)자가 붙어 고군산군도로 바뀌었습니다.

군산항을 출발한지 50여 분 만에 선유도에 도착합니다. 첫 발을 내딛은 선유도, 선유도를 지키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방을 구했는지 묻는 사람, 회 한 접시 먹고가라는 사람, 첫 만남치고는 부담스러운 만남입니다.

넉넉한 미소로 권유를 물리치고 미리 알아본 민박집에 전화를 합니다. 민박집 이름이 적힌 차량을 보면 손을 흔들어 달랍니다. 선유도에서는 그나마 한가함을 느껴보고자 선유도 내에서 제일 먼 선유3구에 민박집을 얻었습니다. 명사십리해변을 지나 산길을 넘어 닿는 한가한 어촌입니다. 차량이 오는 동안 천천히 선유도 명사십리해변 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 고종,순조 연간에 세워진 수군절제사 선정비들 선유도 여객터미널을 나와 선유도해변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절제사 선정비들
ⓒ 문일식
무녀도로 넘나드는 선유대교의 주황색빛이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차량이 다닐 수 없는 다리인데도 아래에서 바라보는 다리는 그 규모가 웅장해 보입니다. 복잡한 횟집거리를 지나가다보면 키작은 5개의 선정비가 늘어서 있습니다. 고려말 왜구의 침략이 잦아지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선유도에 수군만호영을 설치하게 됩니다.

그 후 왜구가 선유도를 우회하여 노략질을 일삼자 세종 때에는 결국 군산진을 금강하구의 진포로 옮기게 되었지만, 워낙 군사적 역할이 중요한 곳이다 보니 조선 선조 때 임피, 옥구, 만경, 김제, 부안, 고창, 무장, 영광 등 8개 현의 해상을 방어하기 위해 절제사를 파견하게 되는데, 5개의 선정비는 이곳을 거쳐간 절제사들의 선정비로 고종과 순조연간에 세워진 것들입니다. 선정비 뒤편으로 난 산책길을 오르면 옛 진터가 있습니다.



▲ 선유도 동쪽에 자리한 신시도의 부드러운 곡선 선유도 여객터미널을 나와 해안을 따라가다 보이는 가까운 신시도
ⓒ 문일식
부드럽기 그지없는 선유도
선유1,2구와 3구를 잇는 명사십리 해변은 동서로 바다로 둘려 있습니다. 물이 빠져나가고 있는 동서 해변의 이른 아침 나절은 왠지 스산함이 가득 합니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바다도 머금어 맑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멀리 깎아지른 듯한 망주봉이 명사십리 해변의 끝자락에 듬직하게 앉아 있습니다. 명사십리 해변과 멀리 신시도의 산자락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신선이 노닐던 섬이라더니 선유도의 처음 만나는 풍경은 부드럽기 그지 없습니다.

선유도의 가장 큰 매력은 차를 만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껏해야 골프장에서나 쓰이는 전동카와 오토바이가 전부입니다. 모두 민박집이나 횟집으로 손님을 데려가거나 간단한 선유도 유람을 하는데 쓰이는 것들입니다.

선유도에서는 자전거 하이킹으로 선유도뿐 아니라 이웃한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바로 자전거를 빌려 하이킹을 시작했습니다. 몇 가지 코스가 있기는 하지만 장자도와 대장도,무녀도까지 들러볼 요량입니다.



▲ 남악리 뒤편의 작은 몽돌해변과 기암절벽 별로 크지 않은 몽돌해변이지만, 벤치도 갖추고 있는 낭만적인 해변입니다.
ⓒ 문일식
남악리의 뒤편에는 뒷장불이라는 작은 몽돌해변이 있습니다. 방축도와 횡경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입니다. 해변 좌우로는 거친 암벽이 늘어서 있고, 잔잔한 파도는 끊임없이 몽돌을 뒤집고 있습니다. 몽돌 구르는 소리를 대변하듯 해안 위에는 '밀려드는 파도소리'(밀파소)라는 목조팬션이 해변의 풍광을 잔잔히 굽어보고 있습니다.

남악의 끝자락은 명사십리 해변보다도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온 곳입니다. 길의 끝에 서면 멀리 망주봉과 선유봉을 시작으로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만날 수 있는 송도, 그리고 선유도와 이어진 장자도와 대장도가 한 눈에 펼쳐집니다.

그중 대장도는 손에 잡힐 듯 가깝습니다. 선유도 지도를 놓고 보면 대장도와 장자도, 선유도 안쪽으로 깊은 호를 그리고 있는 듯 합니다. 대장도와 선유도 사이에서 만나는 큰 바다는 마치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는 야수와 같고, 선유도와 무녀도는 그 야수의 몸통을 보는 듯 합니다.



▲ 명사십리해변에 물이 빠지면 들어갈 수 있는 송도 선유도해수욕장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며, 반대해변은 어촌계가 운영하는 양식장입니다.
ⓒ 문일식
바닷가를 따라 굽이굽이 작은 산길을 넘어서면 다시 명사십리 해변이 나타납니다. 산길을 지나 만나는 명사십리 해변의 끝자락은 명사십리 해변과 망주봉을 가장 예쁘게 만들어주는 포인트 중 포인트입니다.

물이 많이 빠져 명사십리 해변과 송도에는 신비의 바닷길처럼 길이 나 있습니다. 고운 모래가 발길을 붙잡더니 이내 거친 돌과 모래가 섞입니다. 마을 아낙들은 어느새 해변에서 바지락을 캐고 있고, 외지에서 들어온 이들은 반찬거리라며 돌을 헤집고 게들을 잡고 있습니다. 송도에서 나 있는 길과 어우러진 망주봉은 마치 꼭 가야만 하는 정도의 길처럼 보입니다. 망주봉은 어디에서 보더라도 듬직하기 그지 없습니다.

명사십리 해변을 가로지르는 시멘트 도로를 달려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장자대교를 건너 장자도와 대장도를 만나고, 왼편으로 접어들면 여객터미널을 지나 선유대교를 건너 무녀도를 만납니다. 장자대교는 넙적한 시멘트 구조물을 연이어 만든 다리입니다. 차량은 물론 섬을 유람할 수 있는 전동차도 건널 수 없습니다. 오로지 자전거와 도보로만 건널 수 있습니다. 다리 아래로 시퍼런 바다물빛이 연신 일렁거리며 현기증을 일으킵니다.



▲ 장자대교를 건너 바라본 장자도와 대장도의 풍경 장자대교를 지나 보이는 장자도의 해변과 멀리 대장도와 관리도가 보입니다.
ⓒ 문일식
다리를 건너면 장자도의 작은 해변이 앞서고 대장도를 잇는 대장교와 작은 마을과 함께 어우러진 대장도의 암산이 시야에 가득합니다. 장자대교를 건너 바람을 마주하고 페달을 밟을 겨를도 없이 내려서면 죽은 듯 고요함에 휩싸인 마을을 지납니다.

선유팔경 중 하나인 '장자어화'는 장자도의 화려했던 옛 부귀영화를 알려주는 경치입니다. 서해안의 황금어장으로 조기를 잡기 위해 수백척이 불을 켜고 조업을 할라치면 그 불빛이 바다에 일렁거려 장관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자전거로 지나는 장자도의 풍경은 '장자어화는 좋은 추억에 불과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을씨년스러웠습니다.



▲ 장자도와 대장도를 잇는 33m의 대장교... 장자도와 대장도를 잇는 다리로 자동차와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 문일식
인적은 드물지만 자연은 살아 숨쉰다
장자도는 대장도와 연이어져 있습니다. 연도교인 대장교는 불과 33m 밖에 안되는 작은 현수교입니다. 대장도는 거대한 암산입니다. 해변에서부터 시작되는 암반의 무리들은 거침없이 하늘을 치고 올라 우뚝 솟아 있습니다. 선유도 인근에서는 제일 높은 봉우리이니 그래서 대장봉이라고 불렀을까요?

우뚝 솟은 대장봉의 중간쯤에는 빠끔히 솟은 장자할매바위가 하나 있습니다. 과거를 보러간 남편을 기다렸다가 남편이 첩과 함께 돌아오는 걸 보자 그대로 굳어 돌이 되어버렸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바위입니다.

바위에는 무속신앙 탓인지 오색천이 둘러 있습니다. 대장도 해변에 인접한 마을은 인적도 드물어 자전거 하이킹을 나선 여행객들만이 간간히 보입니다. 장대 위에 매달린 평평한 소쿠리 위에는 아귀와 갑오징어가 꾸덕꾸덕 말라만 가고 있습니다.



▲ 장자도에서 대장도를 지나 등대를 한바퀴 선회하는 갈매기 떼 장자도 선착장에서는 관리도와 대장도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습니다.
ⓒ 문일식
장자도 뒤편에는 제법 큰 선착장이 있습니다. 대장도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관리도가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대장도는 마치 소인국에 들어갔다가 잡혀서 해변에 묶인 배불뚝이 아저씨 같습니다.

머리와 튀어나온 배, 아래쪽으로는 차렷자세의 팔도 보입니다. 수백의 갈매기 떼가 대장도를 지나 크게 선회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경주를 하듯 작은 등대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일대 장관을 이룹니다.

선착장 아래에는 숭어떼가 수면을 천천히 배회합니다. 인기척에 놀랐는지 재빠른 꼬리짓으로 방향을 바꾸어 멀리 달아납니다. 인적은 드물지만 자연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 있는 나는 그래서 흐뭇합니다.



▲ 선유도와 무녀도를 잇는 선유대교 선유도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주황색 감도는 선유대교는 무녀도로 들어가는 유일한 육상통로입니다.

ⓒ 문일식
장자대교와 같은 선유대교를 지나면 무녀도에 닿습니다. 무녀도는 장구모양의 섬과 그 옆에 술잔처럼 생긴 섬이 딸려 있어 마치 무당이 상을 차려놓고 춤을 추는 모양이라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무녀도의 풍경은 장자도와 대장도처럼 조용하기만 합니다. 무녀1구와 2구로 이루어진 무녀도는 물빠진 갯벌 탓인지 더욱 을씨년스럽고, 밋밋하기만 합니다.

무녀도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낮은 담장으로 둘러쳐진 무녀초등학교, 교장실과 교무실이 반, 교실이 반, 좁은 운동장에 어울리는 작은 초등학교 교정 역시 인적없이 적막하기만 합니다.

이곳에는 소금을 채취하는 염전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두 곳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한 곳도 거의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듯 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염전에서 일할 인력이 없는데다 염전을 운영하고 계신 분도 연로하셔서 그나마도 작업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채취되는 천일염은 맛이 그렇게 좋다고 하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 선유도해수욕장의 이른 아침 풍경 구름낀 전날의 날씨와는 달리 맑은 하늘과 물빛이 가득한 선유도해변과 우람한 망주봉이 장관을 이룹니다

ⓒ 문일식
무녀도를 돌아 선유대교를 건너 민박집으로 향하는 길.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 지 8시간이 다되어 갑니다. 얼굴과 팔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다리와 엉덩이는 움직일 때마다 아픔이 밀려옵니다.

명사십리 선유도 해변을 따라가는 길도 멀어보입니다. 차라리 자전거를 끌고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구름은 점점 짙게 깔리고, 오늘 일몰은 틀렸다 싶었습니다. 선유도까지 와서 일몰을 못 보고 가는 안타까움이 한숨으로 짙게 베어져 나옵니다.

항상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허황된 욕심은 나중을 기약하는 희망적인 메시지조차도 집어 삼킵니다. '다음에 오면 되지' 뒤에는 항상 '언제 올지 모르지만'이라는 기약할 수 없는 'IF'가 숨어 있기에….

그래도 기약해 보기로 합니다. 선유봉에 올라 신선들과 바둑도 둬야 하고, 대장봉에도 올라 사방의 풍광도 봐야 하고, 바다에 나가 낚시도 하며, 갓 잡아올린 우럭이며 놀래미며 회쳐 먹고,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신선놀음도 해야겠기에 구름 저편 뒤로 넘어가는 해넘이를 조용히 상상만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