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에밀레종 <월간 시사문단>

松竹/김철이 2008. 5. 1. 13:31
에밀레종

                           - 松竹 / 김철이 -


거대한 일천 년 역사 위에 오롯이 올려놓을
고도 신라의 소리를 일구기 위해
숱한 땀과 피를 쏟아왔던
콧대 높은 신라인들,

나라와 민족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34년 긴 세월,
백성 숱한 희생 속에서도 이룰 수 없었던
부질없고 소용없는 헛된 꿈이

어느 누구의 생각인지
어느 누구의 조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신라의 헛된 꿈 일구려 인제 물 어린 동자 구했기에
어머니 젖가슴 파고드는
어느 어린 동자의 애꿎은 운명이 되어

덧없이 흘러가 버릴 역사의 제물이 된 채
비명조차 제대로 지를 수 없이
펄펄 끓는 쇳물 속 이슬로 저버린
동자의 비운,

젖 물려 키워온 어린 자식,
나라의 군사력과 억압에 내어준
어미의 애끓는 절규가
34년 신라의 소리를 일구어낸
봉덕사 신종의 목소리로 변하니

숱한 이들 귓전에 더할 수 없이 고운 종소리
아들 잃은 어미의 피 끓는 가슴엔
모정 찾는 아들의 절규 섞인 쉰 목소리가 되어
오늘도 어미의 젖가슴 쉴 새 없이 파고드는
에밀레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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