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낮에 나온 반달

松竹/김철이 2007. 12. 12. 11:00

☆ 낮에 나온 반달 ☆ 松竹 / 김철이 고향이 북극일까 남극일까… 밤새 추운 한파가 몰고 온 겨울 찬바람은 온 세상을 얼어붙게 하고 거센 추위에 지레 겁을 먹었는지 하늘은 더욱 세 파랗게 질린다. 거리에 오가는 행인들 두꺼운 코트 속으로 바람은 쉴 새 없이 저며 들고 이미 혹한에 익숙해 버린 사람들 표정은 변함이 없지만 주인의 의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 시린 손은 오래된 습관처럼 호주머니 속으로 향한다. 거리마다 사람들 행렬은 끈일 시간이 없지만, 얼굴마다 혹한에 얼어붙었는지 냉기가 돌고 살아 숨 쉬는 것이 무엇이며 먹고사는 것이 무엇인지 서민들 생사의 행렬은 골목마다 넘쳐 난다. 옷 한 벌 입지 못한 겨울 나무는 앙상한 가슴을 드러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동정이라도 사려는 듯 마지막 잎 새 슬피 흔들어 추운 계절 더욱 춥게 하고 네 발로 앉아 걷는 이의 눈에 찬 하늘엔 앙상한 가지 사이 성미도 급한 살빛 반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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