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에 나온 반달 ☆
松竹 / 김철이
고향이 북극일까 남극일까…
밤새 추운 한파가 몰고 온
겨울 찬바람은 온 세상을 얼어붙게 하고
거센 추위에 지레 겁을 먹었는지
하늘은 더욱 세 파랗게 질린다.
거리에 오가는 행인들
두꺼운 코트 속으로 바람은 쉴 새 없이 저며 들고
이미 혹한에 익숙해 버린 사람들 표정은 변함이 없지만
주인의 의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
시린 손은 오래된 습관처럼 호주머니 속으로 향한다.
거리마다 사람들 행렬은 끈일 시간이 없지만,
얼굴마다 혹한에 얼어붙었는지 냉기가 돌고
살아 숨 쉬는 것이 무엇이며
먹고사는 것이 무엇인지
서민들 생사의 행렬은 골목마다 넘쳐 난다.
옷 한 벌 입지 못한 겨울 나무는 앙상한 가슴을 드러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동정이라도 사려는 듯
마지막 잎 새 슬피 흔들어 추운 계절 더욱 춥게 하고
네 발로 앉아 걷는 이의 눈에 찬 하늘엔
앙상한 가지 사이 성미도 급한 살빛 반달이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