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폐가

松竹/김철이 2007. 6. 13. 07:23

▲ 폐가 ▼ - 松竹 / 김철이 - 한겨울 나무하던 삼돌이 손시려 손 녹이던 아랫목 언저리에 큰 행복으로 쉬며 먼 훗날 닥쳐올 삶도 몰랐는데 오늘은 임자 잃은 온돌방 언저리 나뭇잎 굴러 쉬더라. 그 옛날 삼순이 시집갈 생들을 미리 수놓아 손거울 유리에 비추어 보고 풋풋한 봄 향기 대청마루 걸터앉아 노랗게 놀던 그곳에 이제는 주인 없는 수실만 수를 놓더라. 아무도 초대하지 않은 연녹색 풀벌레 몰래 숨어들어 낮잠 자던 아기 머리맡에 푸르게 물들이던 여치도 없고 잠자는 아들 입 젖물려 재우던 엄마의 모정도 사라진 그 자리 지금은 막 세상 밖 구경하는 애벌레 그네를 타더라. 진종일 집 보던 흰둥이 패기 찬 목소리 우렁차게 놀다 자고 자다 놀다 지루하여 애꿎은 하늘 보며 위상을 높이던 그곳엔 곧이어 세상 저편으로 사라질 낙엽만 뒹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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