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가 ▼
- 松竹 / 김철이 -
한겨울 나무하던 삼돌이 손시려 손 녹이던
아랫목 언저리에 큰 행복으로 쉬며
먼 훗날 닥쳐올 삶도 몰랐는데
오늘은 임자 잃은 온돌방 언저리 나뭇잎 굴러 쉬더라.
그 옛날 삼순이 시집갈 생들을 미리 수놓아
손거울 유리에 비추어 보고
풋풋한 봄 향기 대청마루 걸터앉아 노랗게 놀던 그곳에
이제는 주인 없는 수실만 수를 놓더라.
아무도 초대하지 않은 연녹색 풀벌레 몰래 숨어들어
낮잠 자던 아기 머리맡에 푸르게 물들이던 여치도 없고
잠자는 아들 입 젖물려 재우던 엄마의 모정도 사라진 그 자리
지금은 막 세상 밖 구경하는 애벌레 그네를 타더라.
진종일 집 보던 흰둥이 패기 찬 목소리 우렁차게
놀다 자고 자다 놀다 지루하여
애꿎은 하늘 보며 위상을 높이던 그곳엔
곧이어 세상 저편으로 사라질 낙엽만 뒹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