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92

자유인 그를 보라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자유인 그를 보라 松竹 김철이 하늘을 찌를 듯한 제왕(帝王])의 그 위세 어디에 내려놓았는지 거적 한 폭에 마음은 흐르는 강이다. 세상 뉘라도 부러워 고개 숙일 명예의 겉옷 벗어놓고 한 점 바람처럼 떠돌이 신세 비웃지 마소 기둥 무너질 일 없으니 두 발 뻗고 편히 자겠네 궁궐 안 귀하신 몸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살던 그 인생 돌 차듯 걷어차고 구름 따라가는 길이 천국 가는 길일세 인간 본능의 애욕(愛慾)마저 흐르는 갯가에 씻어 내리고 몸 붙일 초막 한 채 없어도 거리에 널린 게 생명이고 벗이라 이 땅의 어떤 갑부 부럽지 않다더라

개인♡시집 2020.09.19

망각의 샘 그 발자취를 찾아서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망각의 샘 그 발자취를 찾아서 松竹 김철이 변화무상한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애정(愛情)이란 두 글자 네모진 틀에 목매달아 한평생 힘겨운 씨름을 하더라 세상 제물 다 준다 한들 손이 작아 못 받을까 남녀노소 앞다투어 제물 쫓아 마음 심(心) 축마(畜馬) 삼아 거센 채찍질을 가하더군 하룻밤 사이 눈감으면 그만인데 삼천갑자 동방삭도 제 죽을 날 모른다 했거늘 얼마나 더 살려고 저승사자 손 붙잡고 애걸복걸(哀乞伏乞), 천하의 꼴불견일세

개인♡시집 2020.09.12

당신들은 떠나지 않았기에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당신들은 떠나지 않았기에 松竹 김철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넋(魂)이라도 피어올라 한마디 말씀이나 해 주구려 얼마나 두려웠고 얼마나 억울했는지 수중, 고혼(孤魂) 서해를 맴돌고 갈매기 통곡 소리 피의 절규로 날더라 누굴 위한 죽음이고 누굴 위한 희생인지 물처럼 묵묵히 흐르다 보면 뭇 인간 주춧돌 역사(歷史)는 알 테지 못다 감은 눈이라도 이 나라 비극 똑똑히 직시하여 귀 막고 눈 가려 살아온 반세기 하늘에 고해 주구려 가슴에 빛나는 훈장 해왕성(海王星)을 이루어 눈이 부셔도 당신들 영혼에 빛나는 젊음만큼이나 하겠소. 임들이여! 저세상 넋이라도 좋으니 이 겨레 이 민족(民族) 고이 지켜주기를…

개인♡시집 2020.09.05

4월 그 꽃바람 중에서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4월 그 꽃바람 중에서 松竹 김철이 지난 시절 무슨 상처 많았길래 돌아보는 아픔이 가슴 한가운데 우두커니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는 가리라 타다 만 열정 죄다 품에 쓸어 담아 허공에 날려 보내리 이보시오, 벗님네요! 가다가 지치거든 마냥 샘솟는 옹달샘 한 바가지 떠드시고 가시구려 못다 푼 한일랑 되돌려 풀지 마시길…

개인♡시집 2020.08.29

4월 그대 이름은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4월 그대 이름은 松竹 김철이 수양버들 휘늘어진 광한루 오작교에 사뿐사뿐 걸어오는 성춘향 절개 바른 숫처녀 걸음일세 불이야! 깜짝 놀라 돌아보니 산은 옛 산인데 타오르는 진달래 불길로 산이 타더군 인생은 마라톤 느림보 경주라도 할 심사인가 씀바귀 아래로 기더니 시절의 놀이패 춤사위 좋더라 물오른 가지마다 개나리 꽃물이 들고 벚꽃은 심히 부끄러워 백옥같은 수줍음 길섶에 흘린다.

개인♡시집 2020.08.22

잉크 빛 인생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잉크 빛 인생 松竹 김철이 뉘라서 막을손가 제 갈 길 간다는데 정승 판서 저 싫으면 못하는 법 갈 길 엇갈린다 하여 서툰 발길질하지 마라 한평생 걷다 보면 똥마렵고 오줌도 마려울 터 오장육부 제각기 어찌하여 남의 인생 넘보려 하는가 노을빛 인생을 꿈꾸는데 다 된 밥 초치기지 길섶에 핀 꽃 예쁘다 하여 향기도 모를 꽃물을 들이라 하니 정녕 넌 어쩌란 말이냐 한 번 망치면 소생하기 힘든 게 인생이라 행여 네 인생에 잉크 물들더라도 네 갈 길 쟁여 가려무나

개인♡시집 2020.08.15

5월 그 화려한 무덤에서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5월 그 화려한 무덤에서 松竹 김철이 묻지 마라. 내일 날의 내 인생을 어디론가 쉼 없이 흘러갈 한 방울 개천물도 막지 못할 것을 죽어 거적에 말아 뒷산에 묻어줄 이 하나 있으면 누가 뭐래도 수지맞은 인생이지 제삿날 잘 먹자고 사흘을 굶었더니 허공을 날던 제비 아스라이 날아올라 곡예를 하다 하강하여 맨땅을 품더라 풋사과 이제야 꽃이 피는데 철부지 코흘리개 잘 익은 사과 단맛만 달라네 비웃는 소리 내를 이루고 무덤 속 망자의 울음, 애민 바람을 탄다.

개인♡시집 2020.08.08

녹색의 초원에서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녹색의 초원에서 松竹 김철이 시절은 어느새 초록인데 갈색으로 타는 가슴 지난 세월 천심을 아프게 했던 죄로 오늘이 심히 괴롭히더라 선하게 살라시던 옛 임의 그 충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까마득히 잊고, 살았지 왜인(倭人)의 피를 타고난 섬나라 백성이라 피부도 모습도 생소한 코 크고 덩치 큰 서양인들 깔보고 업신여길까 어금니 악물고 살아온 뒤끝이 이 시대 큰 재앙(災殃)으로 현실 속 스크린 되어 눈 앞에 펼쳐지리 어허! 통재라 후손 볼 면목 없어 뒷골목 쥐구멍 찾겠네

개인♡시집 2020.08.01

꽁치 그 살타는 냄새는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꽁치 그 살타는 냄새는 松竹 김철이 오뉴월(五六月) 저녁 땅거미 어스름 지고 꽁지에서 삐져나온 묽은 안개빛 노을은 무더운 여름밤을 예고나 하듯 초저녁 소쩍새 등창에 구슬땀을 절로 맺히게 한다. 진종일(盡終日) 놀아도 못다 놀았는지 모깃불 연기 사이 누비는 동네 개구쟁이들 해맑은 웃음소리 때늦은 밤마실을 다닌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초가(草家)집 정지 간에서 외출 나온 배추 시래깃국 냄새 숨겨둔 이웃 처녀 보쌈이라도 하려는지 월장(越牆)하려다 말고 고개를 돌린다. 왜일까? 죄다 속셈은 하나 여염(閭閻)집 석쇠 위 살 태우는 시절 놓친 꽁치의 살생성인 정신이 눈물겨워 밤바다 등댓불로 살고 싶단다.

개인♡시집 2020.07.25

불 꺼진 도쿄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불 꺼진 도쿄 松竹 김철이 거대한 도시가 사라진 그 자리 자식 잃은 어미의 절규가 넋 나간 시체로 사흘 밤낮을 헤맨다 콧대 높은 경제 대국의 위세는 어디로 갔나? 천지지변 앞에 무기력해진 허상 초토화된 자존심으로 무릎을 꿇는다 억눌러 가둬놓았던 대자연의 비명이 쓰나미 혼령으로 되살아나 세계 역사의 물꼬를 돌린다. 화려한 불빛 아래 춤추던 에레나야 너 어디 가고 신음만이 내를 이뤄 허물어진 빌딩 숲을 누빈다.

개인♡시집 2020.07.18

단팥빵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단팥빵 松竹 김철이 불을 찾아 밤마다 헤매는 한 마리 날개 없는 부나비 되어 세상 끝날 때까지 갖은 화려함 가슴에 품고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목숨 줄기 타인의 손에 넘기지 마라 겉치레 화려한 자여 비 오고 바람 불면 그대 모습 개골창에 비춰보렴 물 구경 못한 미운 오리 새끼 벗하자 말할 테지 춘삼월 봄 뜰에 화사한 꽃이 만발하듯 사람 사는 세상에 입맛도 만 가지 더 되고 먹거리 백만 가지 더 됨을 그대는 아는가? 사람아! 겉모습일랑 보지 말고 속마음 바라보라 볼품없는 단팥빵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잊지 못할 추억의 그림자 되어 칠공팔공 시대를 살았던 영혼 속 주군으로 되살아나지

개인♡시집 2020.07.11

길 잃은 나그네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길 잃은 나그네 松竹 김철이 다시 못 올 그 날짜가 가슴에 피맺혀 소리소리 달려가는 저 열차 싫다. 싫어 정처 없이 흘러가는 나그넷길 눈물 바람, 꽃이 핀단다. 붉은 노을 산허리 휘감아 울적에 벗들은 다 어디 가고 홀로 나는 저 기러기 몸 붙일 곳 하나 없는 내 신세와 같더라 안개 낀 시오리 솔밭길 어머니 손을 잡고 장날 나물 팔러 가던 그 모습 다시는 살 수 없을 생이라 잊자고 다짐을 하고 또 다짐해도 못내 그리워 눈물이 흐른다. 진달래 피고 지던 그 해가 몇 해이던가 길 잃은 나그네 홀로 걷는 길이 홀로 떴다 홀로 지는 저 산마루 달과 같더란다.

개인♡시집 2020.06.27

무연분묘(無緣墳墓)|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무연분묘(無緣墳墓) 松竹 김철이 세월이 무상하게 흘러핑계 없는 무덤 없다던데해명도 없듯이 허상의 기억 속에 지워진 것은차라리 눈부신 현실내려앉은 분묘(墳墓)는몇 줌 흙먼지로 돌아가오욕(五慾)을 죄다 훌훌 털어버린 흔적일 테고 잡초만 무성하고 누우신 곳그 어딘지 구분하기 힘든 현실은어영부영 시간의 농간에 허비되는세상만물(世上萬物)을 향한 공손한 예절일 텐데 천만년을 더 살고픈 욕망으로 죽어서도 미련 버리지 못해서 세워놓은 묘표(墓表)는검푸른 이끼 표면이 달고자연이란 작명(作名)의 명예욕을 불려가니 인간사 이별이란세상 그 어느 곳에 생존했던가?제 고향 어딘지는 모르지만갖은 잡초 벗하며 나고 자라서 돌보는 이 하나 없는 숲을 이루고 흙을 돋으며 세상 만물 본질(本質)이 되는 것을…

개인♡시집 2020.05.08

만약에|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만약에 松竹 김철이 숱한 세월 생애 터전 일구려생트집 같은 생애 도리깨질 수백 수천 차례품 안에 거두어들인 건 쭉정이 몇 알 뿐동고동락했던 허수아비 허공에 딴전을 피운다. 텅 빈 가슴더 내어줄 것도 없는데허기진 참새 떼 극성은노을 진 가을 논두렁 채워가도저녁 하늘홀로 날 기러기 흘릴 눈물은 없더라 그래도 내겐 소중한 인생김밥 한 줄 말 기력이 없어도세상 소풍 함께 해줄내 영혼 반 토막 곁에 있으니몇 술 보리밥 먹고썩은 방귀 뀔 궁리라도 해야지 만약에하늘이 내게하늘이 내게 한 생애 덤으로 빌려준다면세상 구경 끝내고내 고향 돌아가는 날더불어 사랑하고더불어 행복했던 세월에 고리대금 이자 붙여한 생애 허락하신 내 임께 아낌없이 내어 드릴 텐데

개인♡시집 2020.05.01

몽상(夢想)|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몽상(夢想) 松竹 김철이 세월아 세상이 떠밀어도너만 가거라난, 지게 목발 두들겨청산에 쉬다 가련다 정월 초하루설빔 차려입고묶은 세금 다 거둘 심사인가온 동네 두루 다녀세뱃돈으로 채운 복주머니다람쥐 볼 주머니 같더라 정월 대보름복조리 받쳐 들고 문전걸식 웬 말이냐부스럼 악귀 쫓아내려개집 앞 쪼그려 앉아 나 한술 똥개 한술얻어온 오곡밥 나눠 먹었네 팔월대보름논두렁 쉼 없이 누벼준 누렁이 덕분에햅쌀 햇과일 배 불리고씨름판 강강술래 밤낮을 누볐지 동짓달 스무하루동짓달 칼바람에 잘려 나간낮의 길이만큼이나기나긴 밤 추억 살이 되살리려가마솥 새알심 팥물에 동동 떠오른다.

개인♡시집 2020.04.27